주제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신임 감독이 20일 훈련장에서 새 팀의 셔츠를 들어올리고 있다. 출처 | 토트넘 공식 트위터 |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명실공히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27·토트넘)이 유럽 최고의 명장인 주제 무리뉴(57) 감독과 조우한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0일 오후(한국시간) 무리뉴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경질 소식을 알린지 반나절 만에 새 사령탑으로 무리뉴 감독을 앉혔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경기서 3승5무4패로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지난 네 시즌간 2~4위를 지키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친 적이 없던 토트넘은 이례적인 성적 부진에 5년간 팀을 이끌었던 포체티노 감독과 결별하는 강수를 뒀다.
토트넘 새 사령탑이 된 무리뉴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등과 함께 현존 최고의 지도자로 꼽힌다. 무명의 선수로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무리뉴 감독은 2002~2003시즌 포르투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진 2003~2004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루며 순식간에 젊은 명장 반열에 올랐다. 포르투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첼시로 이적한 무리뉴 감독은 2005, 2006년 연속으로 EPL 챔피언에 등극하며 승승장구했다. 2009~2010시즌에는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에서 세리에A와 코파 이탈리아나(슈퍼컵),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후에는 스페인 최고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2011~2012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트로피 수집을 이어나갔다. 2013년 첼시로 복귀해 2014~2015시즌 다시 리그 최정상에 서는 역사를 썼다. 무리뉴 감독은 마지막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도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커리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내리막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9년 발롱도르 30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손흥민은 전성기에 무리뉴 감독을 만나 새로운 전기에 접어들게 됐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지만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손흥민을 칭찬한 적이 많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을 지켜보며 “빠른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보다 위협적인 선수는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은 한때 유행했던 스페인식 티키타카보다 일단 안정적으로 수비를 구축한 후 빠른 템포로 공격을 이어나가는 축구 스타일을 추구한다. 지공보다 속공, 역습을 즐기는 지도자다. 손흥민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그리고 탁월한 결정력을 보유하고 있어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능력이 더 빛날 수 있다. 과거에도 무리뉴 감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아리언 로번(첼시) 같은 윙어들을 잘 활용한 경험이 있다. 감독이 바뀌었다고 해서 손흥민의 입지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주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왼쪽)과 포체티노 감독. 출처 | 손흥민 트위터 |
다만 손흥민 입장에서는 포체티노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A매치 기간 자신을 아꼈던 스승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났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지도자다. 2015년 손흥민을 토트넘으로 데려온 인물이고, 첫 시즌 손흥민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느껴 독일 분데스리가 복귀를 고려할 때 강력하게 만류한 일화도 유명하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오래 호흡을 맞추며 애정을 쌓은 포체티노 감독과의 이별은 손흥민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프로 의식이 확실한 선수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 지도자가 온 만큼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게다가 새로 온 사령탑이 무리뉴 감독이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 커리어에서 가장 유명한 지도자다. 배울 게 많고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만남이 될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 소식을 뒤로 하고 손흥민과 무리뉴 감독의 ‘케미’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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