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청와대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이는 전날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민식(9)군을 잃은 어머니 박초희씨가 첫 질의자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달라”고 호소했던 이른바 ‘민식이 법’ 관련 후속 대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쿨존 내 교통 사망사고 가중처벌과 단속 카메라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 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라지만,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스쿨존의 과속방지턱을 길고 높게 만다는 등 누구나 스쿨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국민과 대화를 통해 건네받은 ‘숙제 1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패널 300명과 방송 참여를 희망했던 1만6034명의 질의가 담긴 답변에 대해서도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토록 논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당시 1만6034장에 달하는 질의서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되자 청와대 각 부서에서는 탄식이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답변을 준비하라고 할 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청와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등 운영에 있어서 다소 미흡했지만 전반적으로 문 대통령의 강점인 소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던 행사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라디오방송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진심과 진정성인데 이를 가장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예측할 수 없는 질의와 돌발변수 등의 문제점이 예고됐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대통령에겐 가장 죄송한 형식의 방송이었지만 받아주셔서 참 감사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도 “대통령이 성실하게 응답하고 국민한테 친절히 설명하는 자세는 굉장히 진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준비해온 것들을 모두 보여줄 수 없었던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약 3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받았다. 예상질문에서부터 관련 자료까지, 문 대통령은 틈틈이 읽고 숙지하며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보수야당은 “일방적인 쇼였다”며 평가 절하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파탄 직전의 경제로 인해 국민의 고통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이에 대한 답은 담기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말과 달리 우리는 지금 안보·경제 파탄과 자유민주주의 와해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념을 듣기를 기대했지만 질의는 산만했고 대답은 제대로 없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무질서 속에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토론 답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달중·곽은산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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