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대중음악 연구서 공동집필 중인 英 음악학자 키스 니거스
“서구에서는 세계 대중음악사의 시발점을 영국과 미국의 1950년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역시 20세기 초에 대중적 음악 녹음을 시작했죠. 외면된 역사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학자로서 의무입니다.”
최근 방한한 영국의 세계적 음악학자 키스 니거스 씨(62·사진)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와 동아시아 대중음악에 관한 연구서를 공동 집필하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음악학 교수인 그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라이브 음악’을 주제로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강연했다. 그는 음악가 출신이다. 1980년대부터 여러 밴드에서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연주했다. 그가 보는 케이팝의 특성은 무엇일까.
“음악 제작 방식만은 대단히 진보적이죠. 다양한 장르를 섞어내는 양상이 프로그레시브 록보다 대담할 때도 있습니다.”
그가 한국에서도 번역, 발간한 ‘대중음악이론’은 문화연구자들에게 필독서로 꼽힌다. 근년에는 디지털화, 글로벌화가 대중음악에 미치는 영향을 파고든다.
“비틀스 시대에도 조직화된 팬클럽, 팬들에게 답장을 쓰는 음반사 직원이 있을 정도로 소통이 체계화돼 있었죠. 지금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즉각적 소통이 24시간 이뤄집니다. 케이팝의 글로벌 팬덤 현상 역시 유구한 팝 아이돌 시스템 역사의 일부일 뿐이죠.”
그는 “기술의 진보에도 세계 대중음악 가사의 주제, 악곡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랑, 배신, 범죄…. 인간의 관계와 감정에 관한 호기심은 인류 역사와 수천 년을 함께했죠. 고대 메소포타미아 석판에 새긴 노래의 형식도 지금의 것과 유사합니다. 노래의 핵심은 인간의 감정이라는 사실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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