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을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왼쪽 첫번째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영민 비서실장.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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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큰소리로 언쟁을 벌였다. 국회에서의 선거제도 개정 논의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화제로 언급되자 그간의 갈등이 폭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잘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해찬 민주당·황교안 한국당·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관저에서 약 2시간50분 동안 비공개로 만찬을 했다.
선거제 개정 논의는 이날 주요 화제 중 하나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이후 국회의 최대 갈등 현안이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들은 그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 제도를 논의해 왔다.
정동영 대표 등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심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선거제 개혁에 힘을 실어달라"고 운을 뗐다. 이어진 문 대통령의 말에 황 대표가 발끈했다.
문 대통령은 심 대표의 말에 "그동안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며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 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가 있다. 따라서 국회가 이 문제를 잘 협의해서 처리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다만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를 못 받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대표가 선거제 논의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발언을 했다. 선거제 개혁과 관련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은 한국당과의 협의 없이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황 대표의 발언에 여야 4당 대표들이 반박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여야 4당 대표들은 "실질적으로 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지 않았느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해찬 대표가 한국당이 협의에 임하지 않은 문제를 제기했고 황 대표는 반박했다. 이에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심 대표가 황대표에게 다시 반론을 제기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정 대표는 황 대표에게 "보수 정권에서 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이 역사적 틀에서 여러 제도를 바꾸지 않았느냐. 야당 대표로서 거시적으로 국회 구성을 보고 선거제도 개혁을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정 대표는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손학규 대표가 황 대표를 향해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고 '폭발'하면서 가장 감정이 격해졌다고 전해졌다.
정 대표는 " '황교안-이해찬-황교안-손학규-황교안-심상정' 등의 순서로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며 "그러다가 황 대표가 '아니, 무조건 기한도 안 지키고 밀어 붙인다고 하느냐'고 하자 손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감정이 격해진 두 대표를 정 대표 등이 말렸다. 정 대표는 "제가 두 사람 손을 잡고 흔들면서 '말씀 낮추라'고 했다"며 "나중에는 서로 '소리 높여 미안하다'라고 사과하고 끝났다"고 밝혔다.
'집 주인'인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님'인 여야 5당 대표들이 목소리를 높여 설전을 벌인 셈이다. 정 대표는 이 가운데 문 대통령도 다툼을 말렸다고도 밝혔다.
정 대표는 "대화 말미에 문 대통령도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다시 가동하면 좋지 않겠냐'고 강력히 피력했다"며 "황 대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당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전북 정읍 지역의 송명섭 막걸리를 3~4병 가량 마시며 허심탄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식전주로는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공식 건배주인 경기 평택 지역 토속주 '천비향'을 마셨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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