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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통계청 보도자료에 손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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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7만명 증가' 최종본

숫자 증감 인포그래픽 없어지고 수치 구분선 굵게 해 '단절 효과'

통계청 "실무자의 단순 실수"

청와대가 올해 비정규직이 87만명 폭증했다는 내용의 통계청 보도자료를 미리 받고, 일부 수정을 지시한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통계청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비정규직 관련 보도자료가 공식 배포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오후 통계청 담당 직원은 보도자료 원본을 청와대에 이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1시간쯤 뒤 청와대에 보도자료를 한 번 더 보냈다. 두 자료를 비교해보니 통계를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하는 '인포그래픽'에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보도자료엔 올해 정규직이 35만3000명 줄고, 비정규직이 86만7000명 늘었다는 게 보기 쉽게 표시돼 있었다. 이는 해마다 표시하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1시간 뒤 청와대에 보낸 자료에는 이 부분이 삭제된 채 올해 숫자만 단순 표시됐다.

바뀐 부분은 또 있었다. 보도자료에는 지난해와 올해 정규직·비정규직 등을 비교하는 표들이 나오는데, 두 번째로 보낸 자료에는 예년에는 없었던 '굵은 선'이 추가돼 지난해와 올해를 구분했다. 통계청이 청와대에 두 번째로 보낸 보도자료는 다음 날 최종 배포된 것과 동일하다.

정부는 올해 비정규직이 폭증한 것에 대해 "조사 방식 변경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해마다 표시하던 인포그래픽의 증감 숫자를 없애고, 과거에 없던 굵은 선을 표에 새로 넣은 것은 지난해와 올해가 '단절'됐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조치로 보인다는 게 추 의원 해석이다. 통계청은 "청와대나 윗선의 수정 지시 및 연락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도자료·인포그래픽을 예전 양식과 올해 바뀐 양식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놨는데 실무자가 실수로 예전 양식을 보냈다가 나중에 이를 발견해 다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쓰지도 않을 예전 양식 자료를 만들어 놨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의원은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통계청 업무에 청와대가 개입해왔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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