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기업은행 경기에서 러츠와 어나이가 격돌했다. 둘의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은 러츠의 승리로 끝났다. 러츠는 3세트 동안 19점, 어나이는 17점을 올렸다. 득점은 비슷했지만 공격 성공률에서는 러츠가 53.13%, 어나이가 38.24%로 큰 차이가 났다.
경기도 일방적이었다. GS칼텍스가 3-0으로 기업은행을 완파하면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3승을 거둔 GS칼텍스는 승점 9점으로 흥국생명(2승 2패·승점7)을 끌어내리고 1위를 탈환했다. 기업은행은 승점 2점(1승 2패)으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9~20시즌의 어나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
2018~19시즌의 어나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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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이는 지난 시즌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다. 유타대를 졸업하자마자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감독은 없었다. 프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고향을 떠나서 타국 생활에 잘 적응할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정철 전 IBK기업은행 감독은 "훈련을 잘 시키면 성공할 수 있다"면서 가장 마지막에 그를 뽑았다. 어나이는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기술이 점점 좋아졌고, 지난 시즌 득점 1위(792점)에 올랐다. 기업은행에 새로 온 김우재 감독도 2019~20시즌에도 어나이를 선택했다.
그런데 V리그 2년 차가 된 어나이는 지난 시즌의 어나이가 아니었다. 1년 전보다 다소 살이 찐 모습이었다. 김 감독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쉬면서 살이 좀 쪄서 왔다.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런지 코트에서 뛸 때 몸이 무거워 보였다. 지난 시즌보다 공격력이 떨어졌다.
김 감독은 "주변에서 몸무게가 늘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어나이의 스트레스가 크다. 아직 어려서 스스로 체중 조절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서 훈련량을 늘려 체중을 빼도록 도와줄 계획"이라고 했다.
배구 선수들에게는 체중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루에 이를 세번 닦듯이 체중을 세번 재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다. 1~2㎏ 증감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특히 체중이 늘어나면 스스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량을 늘려 감량한다.
배구는 점프 운동이다. 순간적으로 수직으로 뛰기 때문에 무릎과 발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배구 선수들이 무릎과 발목 통증을 달고 사는 이유다. 그런데 체중이 1㎏이 늘면 무릎 관절 부담은 4배가 증가한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깨질 수밖에 없다.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시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경기. GS칼텍스 러츠가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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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는 이번 시즌 여자 외국인 선수 중 키가 가장 크다. 체중은 92㎏이다. 사실 러츠는 지난해에는 100㎏에 육박했다. 러츠는 지난해 5월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는데, 당시 큰 키 말고는 돋보이는 부분이 없었다. 체중이 많이 나가 점프가 낮고 움직임이 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느 구단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행 티켓을 따지 못한 러츠는 지난 1년 동안 체중을 7㎏이나 뺐다. 그리고 올해 5월 다시 트라이아웃을 찾았다. 살이 빠진 만큼 몸놀림이 한층 가벼워 보였다. 높은 신장에 스피드, 유연한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눈에 띄는 선수가 됐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러츠 말고 다른 선수를 영입할 생각이었지만,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러츠를 보고 바로 그를 지목했다.
차 감독은 "우선 러츠가 블로킹이 워낙 좋아서 상대 공격이 정면보다는 비스듬히 틀어져서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공의 위력이 떨어져서) 리시브 하기가 수월하다. 러츠가 그 이 공격에서도 잘해줘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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