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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아프리카돼지열병, 멧돼지에게 뒤집어 씌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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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전국 멧돼지 향한 살처분 총성… 반생명주의 극치이자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막지도 못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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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멧돼지가 표적입니다. 전국의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매개체로 지목되며 살처분 대상이 되었습니다. 멧돼지 소탕 작전이 성공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이, 멧돼지 무차별 사냥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주장과 함께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글을 보내왔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인해 온 나라가 야단이다. 살처분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더니 어느새 초점은 멧돼지에게로 옮겨졌다. 갑자기 전면적으로 허락된 멧돼지 총기사냥이 곳곳에서 이미 벌어졌거나 시행되어 강산에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동네 뒷산에 갔다가 입산 금지 표지판을 보고 어리둥절한 시민들은 정부가 알아서 잘하려니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이 외래 질병의 피해자인 말 못하는 멧돼지에게 누명을 씌우고, 이번 기회에 아예 소탕하겠다는 ‘생태적 살생면허’를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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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원천이 아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에 사는 와트호그에서 일어난 질병이다. 만화 라이온킹에서 품바의 모델이 된 이 동물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내성이 있어 만성질환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북아프리카에서 사육된 집돼지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유럽 내에서도 집돼지의 사육, 투기, 유통이 주요 전파경로이다. 멧돼지가 집돼지를 감염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거의 유일한 국가인 러시아에서도 이는 전체 발병의 1.4%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운송 및 오염된 사료가 그 원인이었다. 아시아에서도 멧돼지에 의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사육방식의 특성상 집돼지와 멧돼지 간의 접촉할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 둘 간의 전파 사례는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워낙 치사율이 높아 멧돼지 개체군이 그 원천이 될 수는 없으며,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력은 집돼지보다 떨어진다. 멧돼지는 전파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염을 당하는 피해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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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례는 오히려 농가에서 야생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역을 보면 철원을 제외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농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멧돼지 발견 지점이 매우 인접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두 먼저 농가 발생하고 약 1달 이후에 인근 멧돼지에서 발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천 백학면의 농가는 살처분한 돼지를 차단시설도 없이 산속에 방치했다가 뒤늦게 발견되기도 하였다.

한국 돈사의 특성상 멧돼지와 집돼지가 접촉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농가에서 야생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멧돼지와 집돼지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곤충 등에 의한 매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중간 매개체로 알려진 새물렁진드기는 한국에 있지도 않다. 오히려 오염된 돼지고기 투기의 위험성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의 가장 압도적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양돈업계는 스스로가 피해자, 멧돼지가 가해자라는 등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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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발병 멧돼지가 내려왔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남북 경계는 그 어느 국경보다 치밀한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매우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 강과 물길 또한 대부분 수문으로 막혀있어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발병 멧돼지가 산 채로 내려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야생 멧돼지는 펜스에 도달하면 쫓기는 상황이 아니면 억지로 통과하려 하지 않고 우회한다.

또한 북한의 멧돼지 밀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이미 많은 수를 사냥했고 땅을 파헤치는 습성상 지뢰가 많은 DMZ 일대에서도 제대로 서식하지 못한다. 남북 사이에 축산물 거래가 일절 없기 때문에 인위적 요인이 전무하며,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인 자강도 중국접경 북상협동농장은 DMZ로부터 약 300㎞나 떨어져 있다.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자연전파 속도는 1년에 8-17㎞에 불과하다. 북측 발생지역에서 멧돼지끼리 자연적으로 감염시키며 한국까지 오려면 15년 이상이 걸린다는 이야기이다. 폭우 등에 의해 하천 및 해안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위에서 언급한 축산활동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북측 멧돼지의 남하를 주요 위협요인처럼 취급하는 것은 과거 선거 때나 등장하던 정치적 북풍의 생태적 오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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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에 대한 무차별 사냥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야생동물은 사냥하면 이동 거리가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포식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그래서 감염 지역의 동물을 잡겠다고 들쑤시면 오히려 감염 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보고서에서 무차별 사냥은 야생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험성을 낮추지 못하며, 개체군을 과도하게 낮출 경우 오히려 전파와 지리적 확산을 증가한다고 경고한다.

러시아의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도 과도한 수렵이 그 원인으로 추정되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극복한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체코의 경우도 대중적 여론과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냥은 금지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확산을 막으려면 오히려 개체군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며 펜스와 지형지물을 이용한 물리적 방어가 확산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다. 추가 유입이 없으면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해당 지역에서 자연 소멸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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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는 멧돼지를 때려잡을 절호의 기회가 아니다


삽시간에 전국이 멧돼지 사냥터가 되어버렸다. 발병 지역은 물론 경계 지역이라 설정한 곳조차도 멧돼지의 전면 제거가 목표이다. 정부가 본격적인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 방안을 내놓은 15일 이후 2988마리가 전국적으로 잡고. 올해 안으로 5만5천 마리를 포획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발병과 무관한 타지역에서 멧돼지에 대한 선제적 제거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충청북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멧돼지를 50% 포획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치 멧돼지를 합법적으로 죽일 기회만을 기다렸다는 양, 멧돼지의 이마에 유해조수라는 주홍글씨를 지지는 데 여념이 없다.

멧돼지는 우리 산림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으로 이 땅에서 우리와 동등한 살 권리를 가진 생명이다. 한 종을 아예 없애겠다는 정책이 이토록 비판과 반성도 없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광풍은 반생명주의의 극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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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멧돼지가 아니라 축산이다


아프리카의 국지적 질병을 세계로 그리고 한반도까지 퍼뜨린 원흉은 멧돼지가 아니다. 바로 작금의 축산시스템이다.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무고한 멧돼지의 죽음이 아니다. 축산체계의 조속한 개혁 및 축소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권고사항에도 멧돼지 관리는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농장 및 차량 소독 등 축산체계에 대한 더욱 엄정한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멧돼지에 뒤집어씌우기를 멈춰라. 우리가 그들을 해한 것에 비하면, 그들은 우리를 조금도 해하지 않았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동물행동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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