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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배종옥 "작품 마음에 안 들면 발 빼는 배우들, 프로라면 끝까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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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② 배종옥 "인간 배종옥으로 건강해야 좋은 연기할 수 있어"

뉴스1

배우 배종옥/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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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배종옥은 35년동안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 호흡했다. 때로 그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들었고, 만인의 연인이 되어 설렘을 안기기도 했다. 가슴 뭉클한 모성애의 주인공이기도 했으며, 표독스러운 눈빛의 악역이기도 했다.

어떤 옷을 입든 배종옥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마음을 빼앗았다. 그렇게 수년간 배종옥이라는 이름 세 글자의 신뢰도를 높였다. 그런 배종옥에게 지난 17일 종영한 MBN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극본 권민수/연출 한철수 육정용)는 여전히 변화하고 성장하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 새로운 도전이었다.

배종옥은 MC그룹을 쥐락펴락하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매회 독보적인 한제국만의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재벌가 배경임에도 재벌가를 움직이는 컨트롤 타워라는 독특한 소재가 새로움을 더했고, 차가운 얼굴과 말투 속에 뜨거운 감정을 담은한제국 캐릭터가 중심을 잡았다. 배종옥은 기존의 '발산'하는 연기 스타일을 깨고, 차갑고 담백하되 힘을 잃지 않는 인물을 완성했다.

'우아한가'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15회가 8.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 MBN 드라맥스 통합)를 기록하며 MB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지난 16일 만난 배종옥은 작품이 이룬 성취, 배우로서의 새로운 도전이 거둔 성과에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변화하는 배우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N인터뷰]①에 이어>

-특히 만족도가 높은 장면이 있었다면.

▶일하는 여자의 느낌을 살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컨트롤 타워 안에서 큰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지시하는 장면? 예전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그 느낌이 좋더라. 그 느낌은 제국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중요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매니시한 슈트를 착용했는데 그 점도 한제국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어떤 의상을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한제국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도록 루즈한 것 아닌 딱 맞게 떨어지는 슈트로 하고 그 안에는 실키하고 루즈한 옷을 받쳐 입는 식으로 했다. 나는 남자의 세계에 들어간 여자가 중성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해서, 여성성을 포함하면서 남자의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부분을 코디와 이야기 나눴다. 일단 피트하게 입으니까 몸도 딱 긴장이 되더라. 자세도 달라지고.

-특히 흰머리 설정도 화제가 많이 됐다.

▶그건 내가 설정한 거다. 한제국의 연륜을 어디서 보여줘야 하나 했다. 그렇다고 주름을 그릴 수 없잖아. (웃음) 연륜이 보이도록 흰머리 여기에 몇가닥 보여주자고 했는데 그 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서 몸매 관리도 필요했을 것 같다.

▶원래는 내가 53kg 전후를 오가는데, 50~51kg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못 할 것 같았는데 촬영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50kg까지 빠졌다. 그런데 옷을 입었더니 너무 느낌이 좋고 가늘게 보이는 느낌이 나는 거다. 2kg 차이가 그렇게 큰지 몰랐다. 지금도 그 무게는 유지하고 있다. 원래 체질은 먹으면 다 찌는 편이다. 그래서 관리하는 거다. 운동은 몸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필수다. 나이가 드니까 근육과의 싸움이더라. 훨씬 에너지가 생기고, 화면에도 그런게 드러난다.

뉴스1

배우 배종옥/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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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우 배종옥의 선택은 혼자만의 선택이 아닌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 점이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나.

▶나 역시 선배는 우리에게 나침반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바라볼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선배들이 걸어간 길도 보이고. 일단 나는 내 인생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그 길을 보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래야 배우로서도 건강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개인 배종옥이 병들어 있는데 배우 배종옥이 하는 것이 멋있을 리가 없다. 신체적인 건강함도 중요하다. 얼마 전에는 난청이 온 적이 있는데 연기에 너무나 큰 제한이 느껴지더라. 신체가 온전해야지 배우로서 더 펼칠 부분이 많다고 절실하게 느꼈고 건강관리가 기본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우아한가'도 초반에는 시청자들로부터 '막장' 우려가 나왔다. 수 년간 작품을 하면서 '막장' 작품이 필모그라피에 포함되지 않을까 우려한 적은 없었나.

▶작품을 선택할 땐 이게 어떤 드라마가 될지 모르는 거다. 시놉시스만 보고 작품에 들어갔는데 하다 보니 이게 막장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배우라면 끝까지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배우는 시청률이 안 나오거나 막장 소리가 나오면 슬쩍 발을 뺀다. 비겁하고 책임감이 없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선택했으면 끝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다 보니 그것이 좋지 않은 결과라고 하더라도 작품의 일원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마쳐야 되는데 작품에 올인하지 않고 슬쩍 빠지고 다음 작품 찾아보고 그러는 배우들이 있다. '내가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아니네' '이 작품은 아니네' 하면서. 그런 친구들은 좋은 배우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모든 선택이 금광이겠나. 금광이 아니어도 끝까지 해내는게 배우이고 프로라고 생각한다. '우아한가'도 예상치 않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결과는 모르는 거다. 젊은 배우들도 프로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다. 잘 나갈 때만 배우가 아니다. 작품을 선택했다면 끝까지 해내야 좋은 배우가 되는 것 아닌가. 죽어도 감정이 안 나오더라도 감정이 느껴지게 연기하는 것 그게 프로 배우 아닌가.

-'우아한가'에도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다. 이번 작품에서 만난 후배들은 어떤가.

▶다들 잘 하더라.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서 연기를 하더라. 그러니까 작품도 잘 되지 않았겠나.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의 선배인가.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다. 물어보지 않을 때 이야기하면 괜히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연차 차이도 있으니 무서워서 못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그러면 툭툭 '이렇게 가면 어떨까' 이야기해주곤 한다. 별다른 조언은 없었지만 우리가 회의하는 장면이 많아서 원탁에서 자주 모이는데, 촬영장 도착하면 차에 있지 말고 테이블에 와있으라고 했다. 그래서 다들 일찍 모여서 맞춰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연기를 하게 될까.

▶변화에 가까운 선택을 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건 나의 바람도 있고 환경의 변화도 있다. 가족극이 아닌 다른 형태의 드라마들이 많이 생기지 않나. '지정생존자'도 오랜만의 정치 드라마였다.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나오면 그에 맞는 캐릭터로 변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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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종옥/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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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어떻게 느꼈나. 대개 많은 배우들이 여러 캐릭터를 맡다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데.

▶그 시기에 맞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수도 없이 하는 고민이다. 여자로서의 연기만 버틴다고 버텨지는 게 아니지 않나.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배우로 발전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나를 잘 해냈을 때 다음의 기회가 온다. 또 요즘 드라마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서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종옥이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담대해지기도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일어나는 편이다. 젊을 때는 한 계단 떨어지고 실수하는 것을 크게 느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부담감은 덜한 것 같다. 30년 넘게 연기를 하다 보니, 내가 연기를 잘 하면 '기본'인 거다. 그 기본을 넘어 특별하게 하지 않으면 그냥 멈춰있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번 한제국은 배종옥이 다른 표현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걸로 한 단계 점프를 한 것 같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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