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가' 배종옥 "MBN 사상 최고 시청률, 신화를 이룬 느낌"(인터뷰)

[N인터뷰]① 배종옥 "담백한 연기스타일 도전 잘 맞았다"

배우 배종옥/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배종옥은 35년동안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 호흡했다. 때로 그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들었고, 만인의 연인이 되어 설렘을 안기기도 했다. 가슴 뭉클한 모성애의 주인공이기도 했으며, 표독스러운 눈빛의 악역이기도 했다.

어떤 옷을 입든 배종옥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마음을 빼앗았다. 그렇게 수년간 배종옥이라는 이름 세 글자의 신뢰도를 높였다. 그런 배종옥에게 지난 17일 종영한 MBN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극본 권민수/연출 한철수 육정용)는 여전히 변화하고 성장하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 새로운 도전이었다.

배종옥은 MC그룹을 쥐락펴락하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매회 독보적인 한제국만의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재벌가 배경임에도 재벌가를 움직이는 컨트롤 타워라는 독특한 소재가 새로움을 더했고, 차가운 얼굴과 말투 속에 뜨거운 감정을 담은한제국 캐릭터가 중심을 잡았다. 배종옥은 기존의 '발산'하는 연기 스타일을 깨고, 차갑고 담백하되 힘을 잃지 않는 인물을 완성했다.

'우아한가'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15회가 8.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 MBN 드라맥스 통합)를 기록하며 MB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지난 16일 만난 배종옥은 작품이 이룬 성취, 배우로서의 새로운 도전이 거둔 성과에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변화하는 배우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다음은 배종옥과의 일문일답.

-무척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MB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는데 체감은 하고 있나.

▶한제국은 내가 너무 애정한 캐릭터였다. 끝난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한동안 여운이 이어질 것 같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부산을 갔는데 식당을 가면 아주머님들이 '우아한가' 잘 보고 있다면서 인사를 해주신다. 일상에서도 드라마에 대한 사랑을 많이 느꼈다.

-특히 드라마 시청률 50%를 넘는 시절부터 전반적인 하락세 시기까지 경험해본 터라 이번 작품의 인기가 더욱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

▶'목욕탕집 남자들'은 시청률이 68%였고, '내 남자의 여자'는 38%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전국민이 다 본거다. 그 이후에는 드라마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서,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길에서 만난 분이 '요즘은 작품 활동 잘 안 하시죠?' 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웃음) 그러다 보니 '우아한가'의 시청률이 참 다르게 느껴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채널의 최고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이 정도로 인기를 끌 것은 예상 못 했다. 처음에는 3%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드라마라는 게 그렇다. 정말 온 힘을 다해서 해도 0.1% 끌어올리기 힘들 때도 있다. '우아한가'를 하면서 시청률이 오르는 것을 보니 너무 신기하다. 이제 10%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니, 신화를 이룬 것 같다.

배우 배종옥/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뉴스1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걸 체감했을 것 같다.

▶다들 너무 기뻐했다. 하도 시끄러워서 '조용히 하라'고 한 적도 있다. (웃음) 시청률이 펑펑 터지니까, 현장의 열기가 대단했다. 다들 기쁘고 들떴던 것 같다. 10%넘길 바라고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이야기들을 잘 마무리짓고 싶다. 엔딩은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잘 나온 것 같다.

-한제국 인물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처음에는 남자 역할이었는데 내가 캐스팅되고 나서 이름을 여자에 어울리게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 내가 그냥 한제국으로 가자고 연기적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여자톤으로 했다면 어미도 조금씩 바뀌었을 거다. 특유의 '하겠습니다'가 아닌 '할게요' 정도로. 그런 대사를 유지하면서 한제국답게 소화를 한 것 같다. 남성적인 파워풀한 면을 유지하면서도 한제국 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다나까' 말투가 나오니까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 텍스트에 감정을 실어서 하니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 한제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는 말투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다. 이름을 그대로 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

-대본을 보고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단 한제국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건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기존 재벌가의 이야기 드라마처럼 보일까 우려도 있었지만, 컨트롤타워라는 배경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워의 수장 한제국과 그와 부딪치는 재벌가 이야기 그리고 요즘 이슈되고 있는 상황이 툭툭 터지지 않았나. 그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집사들 앞에서 휴대전화 던지고 실제 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장면들이 나왔다.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풍자같은 장면이 있어서 그런 것들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배우 배종옥/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뉴스1

-컨트롤 타워를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것은.

▶굳이 안 찾아봤다. 이미 영화에서 많이 봤지 않나. 외부적인 이야기는 감독님과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알아서 해줄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제국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제국은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데, 그건 내가 공부한 표현 중에 하나다. 한제국은 누군가를 내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누르기 위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타인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어떤 스피치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했다. 처음에는 제작진도 이렇게 해도 카리스마가 나올지 고민했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게 있다면서 조용하지만 강한 모습을 밀어 부쳤다. 여자로서 남자 세계의 탑의 수장으로서의 카리스마와 여성성이 믹스된 표현을 하고 싶었다. 여자이기때문에 부드럽게 다가가면서도 그를 움직이는 느낌이 잘 살았던 것 같다. 방송을 봤더니 기대이상으로 아주 담백하고 드라이하게 나온 것 같다.

-새로운 연기 스타일을 보여준 것 같다.

▶뭐랄까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연기를 소화한 것 같다. 수십 년간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연기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그게 한제국에서 돋보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지르는 것. 그걸 이번에 완전히 뺴버렸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 확 휘어잡으면서 강력한 힘으로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내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점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표독스러움을 제거하고 훨씬 지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리고 요즘 배우들은 눈을 부라리면서 연기하지 않는다. 내가 '지정생존자'하면서 많이 느꼈다. 리딩할 때는 대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방송을 보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하더라. 그게 예전과는 달라진 연기스타일인 거다.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를 반영한 건가.

▶카리스마가 뭔지.(웃음) 사람들이 카리스마에 대해 말하지만, 그건 만든다고 만드는 건 아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오랜 시간 배우생활하면서 여러 일들을 겪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힘이 있어서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일부러 카리스마를 만들어야지 마음을 먹는다고 그게 만들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외적인 설정이나 비주얼을 고민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 나갔을 때 에너지를 모으는 작업을 하기는 하지만, 그건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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