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국경 관리방안 합의
노동당 등 야권 "합의안 반대"
17일(현지 시각)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안을 만들었다"고 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우리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측 실무 협상진은 전날부터 협상을 벌여 이날 EU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EU는 브렉시트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검문 절차가 부활하면 지금과 같은 자유 왕래가 중단돼 경제적 충격이 가해진다고 우려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한동안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기로 하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영국 보수파가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바람에 세 번 실시한 의회 표결에서 모두 부결됐다.
영국과 EU는 이날 도출한 새로운 합의를 통해 영국 전체가 EU의 관세동맹에서 벗어나게 하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서의 통관·검문은 거의 실시하지 않아 자유 왕래를 유지하자고 했다. 대신 영국 본토(브리튼섬)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상품이 오갈 때는 통관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일종의 경계가 만들어지는 번거로움을 영국이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안은 EU와 영국에서 각각 의회 동의를 받아야 확정된다. EU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19일로 예정된 영국 의회 표결은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영국 야권은 합의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전 총리의 이전 합의안보다 더 나쁘다"며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 국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독립당은 EU 잔류를 주장하기 때문에 "어떤 합의안이든 브렉시트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수당의 연정(聯政) 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경계가 만들어지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전체 650석인 영국 하원에서 보수당은 288석에 그쳐 야당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합의안은 통과되기 어렵다.
만약 영국 하원이 합의안을 부결할 경우 브렉시트를 2~3개월 추가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고 유럽 언론들은 내다봤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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