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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키움 영웅 이정후, 두산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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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3차전 키움 10-1 SK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조연이라더니…MVP 선정

22일부터 KS 대장정에 돌입

중앙일보

‘야구 천재’ 이정후(가운데)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회말 송성문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은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정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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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KS)로 이끈 영웅은 ‘야구 천재’ 이정후(21)였다.

키움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서 10-1로 승리, 3연승으로 KS에 진출했다. 지난 2014년 창단 최초로 KS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은 5년 만에 다시 한번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PO 1·2차전을 모두 이긴 키움은 3차전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프로 3년생 외야수 이정후는 1회 말 SK 선발 투수 헨리 소사로부터 2루타를 때려내며 방망이에 불을 붙였다. 이어 3회 말 2사 주자 1·2루에서 소사와 다시 만난 이정후는 오른쪽 외야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4번 타자 박병호까지 적시타를 치면서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이정후는 이날 5타수 3안타·2타점·2득점으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이정후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나는 멋진 조연이 되고 싶다. 최우수선수(MVP) 같은 욕심이 없다. 공격을 잘 이어주는 역할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약속대로 그는 준PO 4경기와 PO 2경기에서 묵묵히 치고 달렸다.

3차전 최대 승부처는 3회 이정후 타석이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날아든 시속 149㎞ 하이 패스트볼을 그는 벼락같이 내리쳤다. 총알처럼 뻗은 타구는 KS로 향하는 키움의 길을 활짝 열었다.

PO 3경기에서 타율 0.533(15타수 8안타)·3타점·4득점을 기록한 이정후는 기자단 투표 결과 MVP(68표 중 54표)에 선정됐다. 준PO 성적까지 더하면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타율 0.413(29타수 12안타)·6타점·8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2017년 키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아버지 이종범(49) LG 트윈스 코치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은 데뷔 시즌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유일한 약점은 스트라이크존 위로 날아드는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밑에서 위로 퍼올리는 그의 어퍼컷 스윙으로는 하이 패스트볼 궤적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이정후의 이 코스 타율은 0.240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하이 패스트볼 타율을 0.381로 크게 올렸다. 이정후의 스윙 궤적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날 소사로부터 때린 결승타는 이정후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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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행을 확정지은 뒤 서로 격려하는 키움 선수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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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3년 동안 이정후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곧바로 가을 야구에 나섰다. 그러나 준PO 2차전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 어깨를 다쳤다. 남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부상 또한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이정후는 “예전에는 중요한 상황이 오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큰 경기를 치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깨우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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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3차전 (17일·고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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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가을 한복판에서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장타자도 아니고, 베테랑도 아니지만 이정후는 2019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다. 정교한 기술뿐만 아니라 단단한 멘털까지 갖춘 덕분이다. 키움의 선발 투수 에릭 요키시는 4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 5개, 볼넷 2개를 내줬지만 1실점으로 막았다. 이어 안우진(3분의 1이닝), 김성민(1이닝), 한현희(1이닝), 김상수(1이닝), 윤영삼(1이닝)이 경기 후반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경기 뒤 “3연승으로 경기를 끝내게 돼 좋다.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PO MVP는 잊고 다시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아쉽게 포스트시즌 도중 물러났던 이정후는 “오늘로 시즌이 끝났다면 작년의 미안함과 아쉬움을 갚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시리즈가 남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움은 오는 22일부터 두산 베어스와 7전 4승제의 KS를 벌인다. 키움은 지난 6일 준PO 1차전을 시작으로 11일 동안 7경기를 치렀다. 20일을 쉬고 나오는 두산보다 체력은 달리겠지만, PO를 3경기 만에 끝낸 덕분에 기세등등하다.

■ ◆장정석 키움 감독

시작은 힘들었다. (1회 초) 유격수 김하성의 수비 실책도 있었고, 기록되지 않은 실수도 2개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 선발 요키시가 실점 없이 막아낸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1회 마운드에 올라가서 야수들에게 ‘집중하자’고 말했다. 수비수들이 어수선해 보여서 이른 시점에 당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1차전 승리가 분수령이었다. 불펜이 강한 SK를 연장전 끝에 이겨내면서 승기를 잡은 것 같다. 감독 부임 3년 만에 KS에 진출해서 정말 기쁘다. 스프링캠프에서 그려봤던, 가장 높은 곳으로 간다. 우리 선수들이 하나가 되었다. 특히 박병호·김상수·오주원 등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

PO를 3연승으로 끝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흘을 쉬어) 타격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친 선수들은 쉴 수 있어서 좋다. 두산은 아주 좋은 팀이다. 빠르고, 수비도 좋고, 특급 에이스(린드블럼)도 있다. 잘 쉬고, 잘 준비하겠다.

김효경·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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