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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트럼프-펠로시 '시리아 회의' 파행…"3류 정치인", "멘붕" 막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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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퇴장한 민주당 "트럼프, IS 재기 우려한 매티스 언급 나오자 격분해"

트럼프 "펠로시는 '3류 정치인', 매티스는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 공격

백악관 대변인 "펠로시, 언론에 칭얼거리려 퇴장…트럼프 침착했다" 반박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미군 철수로 촉발된 터키의 시리아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 양당 지도부 간의 회동이 여야 간의 갈등만 부각한 채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3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민주당 지도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파장으로 치달은 것이다.

양측은 회의가 결렬된 것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전에 나섰다.

AP통신과 NBC,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를 만났다.

이날 만남은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조사를 받을 처지가 된 뒤 처음으로 대면한 양측의 대화에는 처음부터 날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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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6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의가 파장으로 치달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측 참석자와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시리아를 침공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험악한(nasty)" 편지를 보낸 것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회동 직전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354표, 반대 60표의 압도적 차이로 통과시킨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이어 슈머 원내대표가 시리아 철군으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재기할 것이란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최근 NBC방송 인터뷰 발언을 그대로 읽기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참지 못한 채 말을 끊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는)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이다. 왜인지 아느냐? 그는 충분히 강인하지 않다(not tough enough)"면서 "내가 IS를 함락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이 제시한 IS 함락에 필요한 시간이 매티스 전 장관보다 정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말싸움은 펠로시 의장이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로 러시아가 "중동에서의 기반"을 확보했다며 "당신과 관련된 모든 길은 푸틴으로 통한다"고 말하면서 더욱 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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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열린 환영연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보다 더 많이 IS를 증오한다"고 말하자, 펠로시 의장은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느냐고 받아쳤다.

공방을 주고받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보기에 당신은 3등급 정치인(third-grade politician)"이라는 막말까지 퍼붓자, 펠로시 의장은 호이어 원내대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그들에게 "선거에서 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대통령 측에서 목격한 것은 '멘탈 붕괴'(meltdown)"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매우 흔들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탄핵조사와 관련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격한 반응을 보인 데 하원의 탄핵조사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3류'(third-rate)라는 표현을 '3등급'(third-grade)이라고 잘못 말했다면서 모욕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비아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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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3일 스테파니 그리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뉴욕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해 대화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문제가 된 사람은 펠로시 의장이었다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이 회의장에서 일어서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고 "불안한 낸시(Nervous Nancy)의 혼란한 멘탈 붕괴!"라고 적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를 겨냥, "그는 회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회의장에서 뛰쳐나왔다"면서 "불행히도 하원의장은 모든 걸 정치적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모욕적 발언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은 채 펠로시 의장의 행동이 "부적절(unbecoming)"했다고만 강조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해 자제력을 잃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셤 대변인은 "민주당 지도부의 퇴장 결정은 당황스러운(baffling) 것이었지만 놀랍지는 않은 반면, 대통령은 침착하고 사실적이고 결단력이 있었다"면서 펠로시 의장이 "국가 안보 문제에 관한 중요한 회의에 귀를 기울이거나 기여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지도부가 카메라 앞에서 칭얼거리려고 뛰쳐나가길 택한 반면 다른 모두는 방에 남아 국가를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백악관 방문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도 펠로시 의장을 조롱하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저녁 "오늘은 격렬한(wild) 날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zoo@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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