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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염경엽의 남자' 장정석 감독의 청출어람[SS P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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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키움 장정석 감독(왼쪽)와 SK 염경엽 감독이 13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와 키움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양팀 감독과 선수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 10. 13.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1년 만의 반전이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위상이 단 2경기 만에 뒤바뀌었다. 키움 장정석(46) 감독이 SK 염경엽(51) 감독을 압박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2차전을 모두 잡고 염 감독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3년 전 장 감독의 선임은 더할나위 없는 충격이었다. 현역시절 무명에 가까운 커리어를 보낸 것은 전임 염 감독과 흡사했으나 장 감독은 코치 경력 조차 없었다. 지도자로서 보여준 게 전무했던 만큼 모두가 장 감독과 히어로즈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대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전임자 염 감독보다 큰 느낌표를 그리고 있다. 장 감독은 과거 매니저로서, 그리고 운영팀장으로서 누구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염 감독의 사령탑 진화 과정을 곱씹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장 감독은 전임자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4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선발자원은 염 감독 때처럼 부족했으나 1군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신예 선발투수 두 명을 ‘1+1(선발투수 2명을 한 경기에 잇따라 투입하는 전략)’로 내보내는 초강수를 뒀고, 적중했다. ‘1+1’로 짝을 이룬 이승호와 안우진은 염 감독이 단장으로서 팀을 구성한 SK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승리를 합작했다. 비록 장 감독은 PO 5차전 연장 혈투 끝에 무릎을 꿇었지만 당시 PO 패배를 통해 혁신을 준비했다. 포스트시즌만 가면 선발진처럼 한계에 봉착했던 불펜진을 획기적으로 재편했다.

혁신의 결과물은 전원필승조다. 투수진 운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 전원을 리드 상황에 등판시키는 게 핵심이다. 불펜투수 10명이 부담을 최소화해 긴 이닝을 합작한다. 경기당 8명 이상의 투수가 투입되고 투수당 평균 투구수는 15개 이하다. 올해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시작으로 지난 PO 2차전까지 6경기 동안 키움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 중이다. 불펜투수 전원이 마무리 투수급 활약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불펜 운영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넥센(현 키움)은 첫 번째 가을야구 무대에 오른 2013년부터 혈투를 거듭하며 불펜진이 얇아졌다. 필승조가 멀티이닝 소화와 연투를 거듭했고, 구위는 자연스레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3년 두산과의 준PO 5차전 패배를 시작으로 201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2015년 두산과의 준PO 4차전, 2016년 LG와의 준PO 4차전까지 염 감독이 지휘했던 넥센의 가을무대 마지막 순간은 늘 상대팀과의 불펜대결 패배와 함께 찾아왔다. 어찌보면 장 감독도 지난해 염 감독과 같은 실패를 맛봤다. 그래서 더 치열하고 과감하게 준비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선 너무 틀에 갇혀 있었다. 이번에는 틀을 깨뜨려 보고 싶다”는 장 감독의 결심이 불펜 운용 혁명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을 향한 장 감독의 신뢰와 선택도 최상의 결과물로 빚어지고 있다. 장 감독은 9월말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웅빈을 포스트시즌 3루수로 점찍었다. 시즌 막판 4경기에 출전했을 뿐인데 그 활약만으로 충분했다는 평가다. 김웅빈은 정규시즌 막판 롯데전에서 2연속경기 결승타로 장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준PO 내내 깊은 부진에 빠졌던 김규민에게도 PO 2차전 선발출장 결단을 내려 만회할 기회를 줬다. 선수들은 이러한 장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장 감독은 PO 2차전에서 대타 송성문 카드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투수진과 야수진을 가리지 않고 신들린 듯한 용병술을 펼치고 있다.

장 감독은 과거 염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최측근 인물이었다. 염 감독의 성공신화를 보며 장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준비했고, 이제는 염 감독을 위협할 위치에 섰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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