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새벽 1시 30분까지 16시간에 걸친 협상을 마친 후 잠시 휴식을 갖고 9시쯤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17~18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실상 막판 협상에 돌입한 것이다.
이와 관련,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들에게 "이론적으로 7시간에서 8시간 안에 모든 것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협상에서 브렉시트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영국 측 브렉시트 협상 대변인은 "전날 밤 늦게까지 ‘건설적 협상’을 진행했다"며 "이날 아침 브뤼셀에서 양측 간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일각에선 양측이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고 있고, 이르면 16일 오전 합의문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영국과 EU가 ‘북아일랜드에 두 가지 관세 체계를 동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 영국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긴다는 내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일 아일랜드를 방문해 더블린 정부청사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를 만나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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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조항의 대안으로 이런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국에 잔류시킨다는 내용이다. 영국 의회는 이 조치의 종료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며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AP는 양측이 전날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BBC도 영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EU와의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전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은 성명을 내고 "아직 견해 차이가 남아 있고,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EU가 북아일랜드에 대규모 재정 지원을 제안해 DUP가 새 합의안에 동의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DUP는 북아일랜드가 영국과 함께 EU 관세동맹을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16일 오후 내각에 브렉시트 협상 상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어 17~18일에는 EU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달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EU와 영국 간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국 의회가 이를 승인할지도 문제다. 외신에서는 존슨 총리가 DUP를 비롯한 영국 의회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의회가 이번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브렉시트는 또다시 미뤄진다. 영국 의회는 오는 19일까지 정부와 EU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달 31일로 예정된 EU 탈퇴 시한을 내년 1월 31일로 미루도록 하는 ‘벤 법’을 지난 달 통과시켰다.
이 경우 예정대로 이달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존슨 총리도 태세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오는 19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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