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도 "기괴한(bizarre) 경기" 비판
평양에서 진행된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남북 축구 경기.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됐다./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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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5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이 무관중·무중계 경기로 치러진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한국·북한전과 관련해 "경기 생중계, 비자 문제, 외국 기자들의 접근 등에 관련된 여러 사안에 대해 놀랐다"면서 "우리에게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경기에서 북한 당국이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하고 생중계를 불허한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에 대해 북한 축구협회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도 했다. 이어서 "축구가 북한과 전 세계 여타 국가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도 이날 경기에 대해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이같은 태도를 국제사회가 용납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미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Greg Scarlatoiu)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경기와 같은 국제 경기에서 언론과 관중의 접근이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이 이들의 접근을 차단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도 "북한이 월드컵 예선전과 같은 국제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한 사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월드컵 예선전은 남북관계의 현 정치적 상황을 넘어서는 국제 스포츠 경기"라면서 "FIFA의 일원인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회 진행 관련 대화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은 절대로 용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번 남북 월드컵 예선전 진행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텅 빈 경기장에서 진행된 월드컵 예선전이라며 '기괴한(bizarre) 경기'라고 평가했다. AFP 통신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 경기를 가장 열망하며 기대했던 경기 중 하나로 홍보했지만 경기 소식은 제한된 온라인 문자로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국제 스포츠·정치학 전문가인 앤드류 버토리 스페인 IE대 교수는 남북 축구 경기에 대해 "극도로 이상한(extremely strange) 경기"라면서 "북한 당국이 한국에 대패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토리 교수는 이어 "북한 당국이 중대한 개혁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참가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회 참가를 허용하는 것은 김정은이 스포츠 행사를 내부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그에게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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