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이어 NH투자·키움증권 발행 상품 만기 상환 실패
수백억대 묶여…원금 잃는 구조 아니지만 자금 운용 차질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KB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발행한 독일 부동산개발 파생결합증권(DLS)도 만기 상환에 실패했다. 지난 7월 KB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DLS의 만기 연장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상환하지 못한 독일 헤리티지DLS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만기 상환에 실패한 상품은 201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판매했던 독일 헤리티지DLS다. 회차별로 판매기간이 다르지만, 올 연말부터 내년초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은 만기 상환이 불가능해 만기를 연장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상환 예정이었던 독일 헤리티지DLS의 만기가 연장됐다"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일 헤리티지DLS는 NH투자증권(3080억원), 키움증권(980억원), KB증권(600억원)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발행했으며 신한금투와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등이 나눠 판매했다.
NH투자증권이 판매한 물량은 신한금투가 판매한 2500억원과 현대차, SK증권 등이 판 소량을 빼면 10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이 발행한 상품도 만기가 연장됐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발행한 물량 중 일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 8월 상환시기가 도래한 상품은 일단 만기가 연장됐으며 규모나 이후 만기 연장 상품 등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투가 판매한 137억원 규모의 독일 헤리티지DLS는 지난 7월 말 만기연장에 실패해 고객들에게 만기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 알렸다. 이 상품은 베를린 소재 파워플랜트 개발사업에 투자했던 건으로, 현지에서 개발 인허가 지연 문제로 상환 날짜를 11월 초로 한 차례 연기했다. 만기까지는 보름 남짓 남았지만 상환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부동산은 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KB증권 관계자는 "인허가가 지연되는 탓에 해당 부동산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만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추후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언급했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발행한 상품까지 만기가 연장됨에 따라 지금까지 독일 헤리티지DLS에 묶인 돈은 수백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의 독일 헤리티지DLS는 2017년 5월부터 4000억원대 규모로 발행됐는데 현재 만기가 연장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신한금투가 판매한 것만 해도 18회차까지 상품이 있어 줄줄이 만기상환이 도래할 예정인데, 독일 현지 투자건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당초 약속했던 대로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독일 국채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처럼 원금을 잃는 구조의 상품이 아니라 말 그대로 헤리티지(노후한 건물이나 땅)에 투자해서 개발 수익을 얻어 이를 토대로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금을 잃게 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년1개월 뒤 만기 상환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은 당초 계획대로의 자금 운용을 하진 못하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것들은 매각 후 원금 상환으로 돌린다고 해도 문제는 나머지 투자 건들"이라면서 "베를린 이외에도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독일 곳곳에 18개 지역에서 진행되는 헤리티지 사업을 각 상품화시켰는데 이것들이 만기가 되면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개연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