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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T:성적압박, 뿌리칠 수 없는 유혹 [SS 한화단장 청문회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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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또 한 명의 레전드를 팀으로 불렀다. 한화에서 투수코치를 맡다가 해설위원으로 그라운드 밖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던 정민철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레전드 출신인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송진우 코치 등과 힘을 합쳐 팀을 재건해달라는 게 정 신임 단장을 선택한 배경이다. 한화의 선택인 정 신임 단장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대(Opportunity)와 위협(Threat)요소를 꼼꼼히 체크해 ‘SWOT분석’으로 파고들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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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오른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한화 송진우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단장이 바뀌었다고 팀이 단 기간에 쇄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 정민철 단장은 팀 성적과 육성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결과로 성과를 증명하는 프로야구에서 팀 성적을 떼놓고 오로지 ‘육성’만 바라보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다.

돌아보면 한화는 장기적 강팀인적이 많지 않았다. 창단 초기인 1988년부터 1992년까지 5연속시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연속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게 전부다. 정규시즌 우승은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도 1999년 한 번씩 경험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시즌을 치르면서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한 게 최고 성적이다. ‘보살팬’으로 알려진 한화 팬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김성근 감독이 부임해 시즌 중반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킨 2015년 부터다. 팀 성적이 상승하면 숨어있던 팬들이 한화 팬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소위 ‘한밍아웃’이 이뤄진다. 올해는 팀 성적 저하와 함께 마리한화로 불렸던 팬들의 기세가 크게 꺾인 시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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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진혁.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냉정한 팬심은 신임 단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수 많은 육성 전문가들은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육성은 무의미 하다”고 입을 모은다. 팀 안에서야 기량이 상승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지만, 리그 전체로 놓고보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방증이기 떄문이다. 정규시즌에서 그저그런 활약을 하고서도 포스트시즌 몇 경기만 치르면 기량이 부쩍 성장하는 선수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시즌을 오롯이 치러낼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 매 경기 결승전처럼 치르는 단기전 경험 등이 쌓여 기대주에서 국가대표 주축으로 성장하는 선수들이 수 없이 많다. 이런 선수들이 한화의 지향점이다.

수 년간 한화는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 ‘반쪽짜리 군단’으로 불려 왔다. 개개인의 면모는 화려해보이지만 팀이라는 틀안에서는 상호보완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격력이 뛰어나면 수비가 허술하고, 수비로 강점을 드러내면 타격이 약한 야수들이 즐비했다. 강속구 투수는 제구가 엉망이고, 변화구 투수는 실전에서 자기 공을 못던지기 일쑤였다. 조화가 최고의 미덕인 야구에서 반쪽짜리 선수들로 시즌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인데, 성적까지 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난해 약진이 신기루처럼 흩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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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상원이 1일 대전 kt전에서 6-1로 앞선 9회 등판해 마지막 타자를 외야 뜬공을 잡으며 경기를 마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성적을 내려면 기둥이 탄탄해야 한다. 김태균을 필두로 한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고, 정은원 장진혁 등 젊은 야수들이 활개를 칠 수 있도록 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베테랑들도 언제든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시즌을 치러야 건강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스카우트부터 육성 시스템을 매우 견고하게 다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는 현대 야구에서 선수 출신 단장에게 요구하는 구단의 기대이기도 하다. 만년 꼴찌 이미지가 강한 한화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해야 그나마 팬심을 붙들 수 있다. 그렇다고 성적에 매몰되면 중장기 비전인 ‘1, 2군 전력차 줄이기’를 놓칠 수 있다. 진퇴양난에 놓인 정 단장에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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