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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임신한 아내 두고 숙소 생활…통합우승 남았다" 전광인은 아직도 간절하다[개막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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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현대캐피탈 전광인(맨 오른쪽)이 리시브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현대캐피탈


[천안=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나 우승할 때까지 집에 못 갈 것 같아…”

전광인(28·현대캐피탈)이 어렵게 꺼낸 이야기에 임신한 아내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아들 루안이가 생긴 걸 알게 된 전광인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아버지가 되기 위해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6라운드쯤이었던 것 같다. 우승이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배구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아내가 입덧이 시작된 상황에서 ‘집에 안 가고 숙소에서 지내면서 우승만 생각하고 배구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도 마음 넓은 아내가 잘 이해해줬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얼굴에는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 결심으로 끝내 전광인은 ‘우승’을 해본 선수가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 아마추어 무대에서부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한국전력에서 프로데뷔한 뒤 걸출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우승만큼은 먼 이야기였다. 현대캐피탈 이적은 우승을 위한 일념 하나만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전광인은 첫 시즌을 ‘이루고자 했던 것을 이뤘던 시즌’이라고 돌이켰다. “처음에는 ‘왜 데리고 왔느냐’는 말이 제일 야속했다. 그러나 나로 인해 팀에 주축 선수가 빠지게 됐으니, 그만한 가치가 내게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결국 평가를 바꾸려면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궁극적으로 프로 선수는 우승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생 한 번 못해보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 직접 경험해보니 우승이라는 게 해 봐도 좋은 일이더라. 또 하고 싶어서 재활을 더 열심히 했다”고 무릎을 붙잡았다.

지난 4월 전광인은 큰 결단을 내렸다. 계속 미뤄왔던 무릎 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프로 3년 차에 처음 이상을 느꼈고, 재활이 완벽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을 소화하면서 상태는 돌이킬 수 없어졌다. 지난 시즌에도 경기 중 진통제를 먹고 얼음찜질을 하며 견뎌온 뒷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전광인은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배구를 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마음이 더 힘들었다. 코트에 서 있기도 무서웠고,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서 창피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계속 재활을 하면서 버티다가 결국 수술이 낫다는 소견이 나와 결정했다”며 “선수 생활하면서 수술은 처음 해봤는데, 다시 하고 싶지 않다. 힘든 재활을 소화하다 보니 고향 한 번 못 내려갔는데 비시즌이 그냥 없어지더라. 시즌 중에도 보강 운동은 계속 소화해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수술을 마음먹기 까지는 전광인의 욕심이 주효했다. 이적 첫 시즌 이루지 못한 ‘통합우승’은 물론,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진출권까지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그는 “남자배구가 올림픽에 나간 지 너무 오래 됐다. 결국 선수들이 헤쳐나가야 할 숙제다. 나 뿐만 아니고 모든 팀의 선수들이 목표로 삼고 있다. 대표팀 경쟁력이 생기면 V리그의 인기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번에 못 들어간 만큼 1월에 들어가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해야한다”며 “결과적으로 우승은 했으나 과정에서 만족은 못한다. 내 플레이에서는 보완점이 분명 있었다. 만족하면 끝이다. 은퇴하고 나서 다시 되돌아봤을 때 만족할 수 있게끔 현재를 만들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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