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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벼랑끝에서 역전승… LG의 반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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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 3선승제 준PO 3차전서 키움에 2패 뒤 1승 '기사회생'

포스트시즌 첫 경험 정주현, 2안타 1타점으로 역전 일등공신

1·2차전 패배 악몽 고우석, 9회초에 올라와 승리 지켜

LG가 4―2로 앞선 9회 초. 잠실 야구장에 사이렌이 울렸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등판을 알리는 소리였다. 리드를 지키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수가 나왔는데, LG 팬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술렁거렸다. 오히려 상대인 키움 팬들이 환호했다.

고우석은 앞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키움 박병호에게 9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았고, 2차전에서도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 동점타를 내줬다. LG는 10회 연장 끝에 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9일 3차전까지 지면 LG의 가을 야구는 끝나버리는 상황에서 류중일 LG 감독은 고우석을 다시 마운드에 내세웠다.

고우석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는 듯했다. 첫 타자 김하성을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다음 타자 송성문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키움 팬들의 함성이 잠실 하늘을 덮었고, LG 팬들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하지만 3차전 결말은 1, 2차전과는 달랐다. 고우석은 대타 박동원을 중견수 뜬공, 후속 김혜성을 초구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내내 굳어 있던 고우석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LG가 3차전에서 키움을 4대2로 꺾고 준플레이오프 첫 승(2패)을 신고하며 반격에 나섰다.

경기 후 고우석은 "내가 감독이었다면 나를 9회 초에 등판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전 경기는 다 잊고 막고 와'라고 하시더라.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료들도 고우석의 '해피엔딩'에 힘을 보탰다. 9회 초 초반 위기에 몰리자 포수 유강남은 두 차례나 마운드에 올라가 "네 공을 믿고 던져라"고 고우석을 다독였다. 차우찬과 임찬규도 3차전에 앞서 고우석을 따로 불러 투구 내용을 분석해주면서 자신감을 북돋웠다. 고우석은 "형들이 질책 대신 격려해 준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오늘 한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 있게 던지겠다"고 말했다. '투수는 맞으면서 큰다'며 고우석을 계속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류 감독은 "고우석이 오늘 잘 던졌기에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LG는 이날 투수와 타자들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에 힘을 모았다.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는 2회까지 2점을 내줬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 공 115개로 6이닝을 책임졌다. 2차전 연장 10회 2루 견제 악송구로 패배를 자초했던 진해수는 7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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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8번 타자로 출전한 정주현은 2회 말 2사 1·2루에서 팀의 첫 득점을 이끄는 적시타를 때렸고, 2―2 동점이던 7회 말엔 선두타자로 2루타를 터뜨린 뒤 상대 수비 실책을 틈 타 3루까지 진루한 다음 2009년 입단 동기인 오지환의 외야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2009년 데뷔 후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인 정주현은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데일리 MVP가 됐다.

채은성과 카를로스 페게로도 자신들의 가을 야구 첫 홈런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채은성은 1―2로 뒤진 4회 동점 홈런을 날렸고, 페게로는 3―2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 135m짜리 대형 쐐기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홈런 두 방을 내준 게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4차전은 10일 오후 6시 30분 잠실에서 열린다. LG는 임찬규, 키움은 최원태가 선발 등판한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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