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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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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열전]ROAD FC 파이터 '문근투스 난딘에르덴', 아내를 지키러 한국에 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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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난딘에르덴이 홍영기에게 승리한 후 아내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긴 가슴 위 쪽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대뜸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 위쪽에 새긴 문신을 가리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밝고 천진스런 미소의 주인공은 ROAD FC 파이터 문근투스 난딘에르덴(32·팀파이터)이었다. 문신의 주인공은 그의 아내다. 난딘에르덴은 지난달 8일 대구광역시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굽네몰 ROAD FC 055’에서 ‘태권파이터’ 홍영기를 맞아 자신의 주특기인 타격을 앞세워 1라운드 2분 2초 만에 KO로 승리했다. 그 기쁨을 가슴에 새긴 아내와 함께 나눴다.

몽골 출신인 난딘에르덴은 ROAD FC를 대표하는 라이트급의 파이터다. 100만불 토너먼트에 참가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난딘에르덴은 고국인 몽골에서는 인기 높은 복싱 국가대표였지만 사랑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다. 몽골에서 난딘에르덴 부부는 별 어려움 없이 살았다. 하지만 언어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아내가 한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난딘에르덴은 몽골에서 복서로 링에 오르며 아내를 뒷바라지했다.

두 사람 모두 넉넉한 미래를 그리며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아내의 유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 홀로 생활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다못한 난딘에르덴은 한국행을 결심했다. 아내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였다. 한국에 온 그는 손에 복싱 글러브가 아닌 오픈 핑거를 쥐었다. 복싱 경기보다는 격투기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내를 돌보기 위해 격투기를 선택했지만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결국 한국 격투기 라이트급을 대표하는 파이터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고국인 몽골의 격투기 단체인 MFC(Mongol Fighting Championship)에서 챔피언 벨트를 따내며 한국으로 금의환향(?)했다. 아내가 가장 기뻐한 것은 물론이다. ‘아내밖에 모르는 남자’ 난딘에르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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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딘에르덴이 홍영기에게 승리한 후 아내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긴 어깨를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몽골인의 이름에는 뜻이 담겨있다고 들었다.
난딘에르덴은 ‘소중한 보석’이라는 뜻이다.

- 고향은

몽골 동부에 위치한 헨티 아이막에서 태어났다. 위대한 영웅 칭기스칸의 고향이기도 하다.

- 복싱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아버지가 복싱 선수였다. 아버지를 따라서 체육관에 가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복싱을 했다. 누나랑 동생도 복싱 선수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몽골 국가대표 선수였다. 몽골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6년 연속 금메달을 땄고 아시안 선수권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킥복싱 세계 챔피언도 지냈다. 그 외 크고 작은 국제 대회에서 많이 입상했다. 성적이 좋아 ‘몽골의 복싱영웅’이라는 얘기도 듣게 됐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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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딘에르덴이 홍영기에게 승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격투기는 언제 입문했나.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태권도 등을 배웠었는데 격투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한국에 온 후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격투기 체육관인 ‘팀파이터(관장 김훈)’를 보고 무심코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복싱 보다는 격투기 경기가 인기도 높고 자주 열리는데다 수입도 좋아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웃음)

-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다. 아내가 2004년에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결혼은 2008년에 했다. 아내가 혼자 지내면서 많이 힘들어 했다. 아내를 돌보기 위해 2009년에 한국에 들어왔다.

- 왼쪽 가슴 위쪽에 아내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겼다.
아내를 사랑해서 새겼다. 항상 볼 수 있어서 좋다.(웃음)

- ROAD FC에 데뷔한 계기는.
격투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에 출연한 후 ROAD FC에서 연락이 왔다. ROAD FC가 한국 최고의 단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뛰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행복했다.

- ROAD FC 라이트급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라이트급은 선수층이 두텁다. 권아솔을 비롯해 만수르 바르나위, 샤밀 자브로프 등이 있다. 세계 최고의 단체에서도 통할 만한 선수들이 많다. 그런 것이 내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 홍영기를 굉장히 짧은 시간에 KO시켰다. 전략이 있었다면.
홍영기는 킥이 좋아서 나는 펀치위주로 전략을 짰다. 홍영기가 초반에 공격에 집중하다 수비에 허점을 보였다. 빈틈을 잘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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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딘에르덴이 홍영기의 얼굴에 펀치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챔피언인 만수르 바르나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100만불 토너먼트에서는 바르나위에게 패했는데.
1차전은 부상 때문에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다시 붙는다면 그를 KO시키고 챔피언 벨트도 차지하고 싶다. 만약에 다시 싸울 기회가 있으면 모든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세울 것이다.

- 최근 몽골 격투기단체 MFC(Mongol Fighting Championship)의 초대 챔피언이 됐다.
상대 선수인 오트공바타르 네르구이는 미국의 ‘드래곤 하우스(Dragon House)’라는 단체에서 뛰고 있는데 내가 이기니까 해설위원이 ‘ROAD FC 선수가 (드래곤 하우스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다’고 말해 굉장히 뿌듯했다.(웃음)

-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일(아르바이트)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일은 육아다.(웃음) 한국에서는 건축, 택배, 이삿짐, 배달 등을 해봤는데 다 기억에 남는다. 몽골에서였다면 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짐을 나르다 4층에서 떨어졌던 것이다. 정말 그 때는 죽는 줄 알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내와 아이들 생각이 났다.

- 아이들은.
큰애가 초등학교 3학년이고 작은 애가 1학년이다. 아직 학원에 보내지는 않고 있다. 아이들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포커스를 두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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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딘에르덴이 홍영기의 안면에 강력한 펀치를 성공시키고 있다. 대구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한국에 있는 몽골 커뮤니티에서 유명인사라고 들었다.
한국에 있는 몽골 분들은 거의 다 나를 알고 있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서 많이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

- 한국 생활에 대한 느낌은.
한국은 모든 면에서 몽골보다 발달된 나라다. 본인이 노력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나라다. 생김새도 비슷해서 내가 한국 사람인줄 안다.(웃음)

- 격투기 선수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나는 롤모델이 없다. 물론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는 많다. 선수마다 장점이 다르다. 선수로서 목표는 오로지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ROAD FC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기는 항상 빠르고 짧고 재미있다. 그것이 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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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딘에르덴의 꿈은 현 챔피언 만수르 바르나이를 꺾고 새로운 ROAD FC 라이트급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한국 사람들과 몽골 사람들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한국하고 몽골은 같은 혈통이기 때문에 생김새가 비슷하다. 다른 부분은 한국 사람들이 몽골 사람보다 더 개성이 강한 것 같다.

- 나에게 격투기란?
내가 하는 격투기가 아버지로서 아이들한테 남기는 추억이고 자랑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몽골이라는 이름을 나름대로 알리고 있는 것도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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