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역서 6만마리… 연천은 반경 10㎞ 내 3만마리 도축·살처분
멧돼지서 ASF 바이러스 첫 검출… 남방한계선 전방 1.4㎞ 지점
鄭국방 "北멧돼지 못 와" 발언 하루만에 北서 유입 정황 드러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멧돼지는 우리 철책을 절대 뚫고 내려올 수 없다"고 공언한 지 불과 하루 뒤 일로, 북한 전역에 퍼진 ASF 바이러스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야생 멧돼지를 통해 경기 북부 지역에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3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양돈 농가에서 방역 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에서 이틀 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3건이나 확진되자, 김포와 함께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없애기로 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환경부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는 지난 2일 오후 인근 지역 군부대에서 처음 발견했고, 발견된 지점은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도밀리로 남방한계선 철책 안쪽이다. 멧돼지 사체는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아 거의 부패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외관상 다른 동물에 의한 손상도 없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제주의대 이근화 교수는 "야생 멧돼지의 행동반경이나 ASF 감염 속도 등을 감안하면 북한 전역에 창궐했다고 알려진 ASF 바이러스가 멧돼지를 매개로 남측까지 전해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생동물이 철책을 뚫고 남북한을 오갈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바른미래당) 의원은 3일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9개 사단 13개소에서 GOP 철책이 파손됐고, 현재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5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7일 오전 6시쯤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 해안가 모래톱에서 북한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멧돼지들이 14시간 동안 머무르다 다시 월북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여권 고위 관계자는 "DMZ 등 전방 일대에서 열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 멧돼지의 모습이 다수 관측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철책은 지하 50㎝, 지상 4m 철근 구조라 땅을 파고 건너올 수도 없다"며 멧돼지 월남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방역 당국은 "북한 유입 하천수를 통한 바이러스 조사나 멧돼지 폐사체 예찰 등 모든 감염 경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국내 ASF 발발의 공간적 패턴과 전파 양상이 임진강 수계를 중심으로 나온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북한에서 하천수나 날짐승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등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매개체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북부의 북한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ASF 확진 농가도 계속 늘고 있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과 김포시 통진읍의 돼지 농가에서 들어온 의심 신고 2건이 3일 ASF로 추가 확진되며 국내에서 ASF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3일 오전 현재 총 11만5761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농식품부는 파주·김포 지역에서 ASF가 빠르게 확산되자, 두 지역의 모든 돼지를 없애기로 했다. 파주·김포 지역의 발생농장 반경 3㎞ 내의 돼지는 모두 살처분하고, 3㎞ 바깥의 돼지는 4일부터 수매신청을 받아 도축해 출하하기로 한 것이다. 연천의 경우 발생 농장의 반경 10㎞ 내의 돼지를 수매 또는 예방적으로 살처분하기로 했다. 수매·살처분 대상 돼지는 파주·김포 6만여마리, 연천 3만여 마리 등 총 9만여 마리이다 . 방역 당국은 또 경기·인천·강원 지역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4일 오전 3시 30분부터 6일 오전 3시 30분까지 48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김성모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