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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PO직행도 못한 LG가 잘못했네!" 때아닌 여름야구에 유광점퍼 수난 [윤소윤의PS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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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3일 잠실구장.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여름 야구’에 가까운 날씨였다. 태풍 소식이 무색하게 2019 KBO리그 와일드카드결정전(WC) 1차전이 열리는 3일 잠실 구장은 뜨거운 햇볕과 열기로 가득했다.

가을야구 시즌이 되면 더그아웃에는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난로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날은 난로는커녕 일명 ‘코끼리 에어콘’이 풀가동됐다. LG 선수들은 오전 10시 30분부터 가벼운 몸풀기에 나섰다. 타격 훈련을 하던 LG 채은성은 더구아웃에 들어서자마자 “요즘 일기예보는 다 틀린다. 분명 태풍이 온다고 했다”며 무더위 고통을 호소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LG 이병규 코치는 이날 선발로 나서는 NC 왼손투수 크리스천 프리드릭에 대비해 직접 배팅볼을 던지며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도왔다. 야수들의 수비 훈련도 이어졌다. 일바적인 펑고를 받으며 무뎌졌던 수비 감각을 끌어 올렸다. 물론 잔실수도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은 “가을야구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좋다. 재미있게, 부상없이 하던 대로 하자고 얘기하는 중이다”라며 밝은 분위기를 과시했다. 내리쬐는 태양에 끊임없이 더그아웃을 오가며 물을 몇 통씩 비우기는 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최고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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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팬들이 11년만에 가을야구를 보게 된 2013년 두산과의 PO 1차전에서 응원하고 있다. 2013. 10. 16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오후 1시부터는 관중들이 입장했다. 더위와 전쟁은 관중도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포스트시즌 특수를 기대한 LG 상징 ‘유광점퍼’도 이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챙겨온 관중들 마저도 어깨에 둘러매기 급급했다. 유광점퍼를 두 벌이나 챙겨온 한 관중은 “정규시즌 3위 정도만 됐어도 유광점퍼 입고도 남았다. LG가 잘못했다. 지금은 입고 있는 유니폼도 버겁다”며 웃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 역시 지난 2일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유광점퍼 지금 입으면 땀띠 난다. 더 올라가서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때 입고 싶다”고 웃으며 승리를 다짐했다.

더위로 고통받는 이들은 선수와 관중뿐이 아니었다. 야외취재석에는 기자들이 일회용 썬 캡을 쓰고 경기를 지켜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전까지만 해도 어제 잔뜩 내린 비 때문에 테이블과 의자가 물로 흥건했지만, 이도 잠시뿐이었다. 노트북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박스로 노트북을 감싸는 등 더위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두꺼운 옷차림으로 경기장에 도착한 한 취재기자는 “스토어 가서 유니폼이라도 사 입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태풍도 피해간 와일드카드 1차전의 열기는 그 어떤 포스트시즌 때보다 뜨거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상대 팀 뿐 아니라 더위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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