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최초고발자 김상교 3개월 만에 심경 토로/ 여당·진보단체 인사들 '버닝썬을 제2국정농단으로 키워야' 설계/ '경찰총장' 윤 총경 고향 지인 찾아와 '그만하라'권유/ 조국 국정에서 '정의로운 정권' 이미지 산산조각나 작심 고백/
일명 '버닝썬 게이트' 최초 고발자로 알려진 김상교씨. 연합뉴스 |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최초 고발자로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한 김상교(28)씨는 “조국 법무장관을 둘러싼 여당의 행태를 보면서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간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조 장관 임명 국면에서 여당 측 인사들이 보인 행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씨는 여당의 한 의원에게 해당 사건을 ‘제2 국정농단 사태‘로 몰아가야 한다는 일명 ‘설계‘를 권유받았다고도 했다.
◆민주당 A의원 찾아와 "'제2국정농단' 최순실 조카가 버닝썬서 폭행한 것처럼 해야"
지난 2일 김씨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여당 A의원과 여당 측 인사들이 조 장관 관련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여론 분열을 ‘제2 국정농단 사태로 끌고 가야 한다’는 일명 ‘설계’를 설득 당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버닝썬 사태가 한창 커지던 지난 3월, 여당 의원과 진보단체 인사들이 찾아왔다”라면서 “나를 때린 사람이 아마도 최순실(63·수감 중)조카 같다 ‘제2의 국정농단’며 이슈를 끌고 가야 한다고 했다”는 회유를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설계'에 대해 민주당 A의원와 만난 자리에서 최초 폭행자가 ‘최순실 조카’여야 한다는 강요를 받았다고 하면서 A의원이 “버닝썬과 최순실을 엮어 ‘제2의 국정농단 사태’로 이슈를 키워야 한다”면서 “최초 폭행자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는데, ‘이 사람은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나는 거듭 최초폭행자가 ‘최순실 조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계속해서 ‘(최순실 조카)여야 한다’ 나를 정치적 여론몰이에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설계’가 결국 통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최순실 조카 측에서 소송이 들어왔고, 나는 최초 폭행자로 최순실 조카를 지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씨는 “여당과 진보단체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사이 내가 밝히고자 했던 경찰 유착 의혹은 조용히 처리되고 있었다”라며 “버닝썬 관련 경찰관들은 결국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이들로부터 ‘내부 고발자 모임’에 참여 하길 권유받았다고 하면서 “진보 시민단체 인사가 (이 설계를) 주도적으로 했다. ‘판을 짜야 한다’라면서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1~2주에 한 번씩 만났다”라며 “최순실과 YG(엔터테인먼트)의 고리가 아직까지 이어진다며 ‘제2의 국정농단’이고 이 판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씨에 따르면 해당 자리는 내부 고발자 모임으로 이 모임에는 미투 논란부터 국정농단 당시에 각종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내부 고발자들이 모여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한 질문자료 ‘김학의와 YG 연결고리’ 자료가 현황판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승리단톡방 ‘경찰총장윤모총경‘ 고향선후배 문화계 인사 찾아와 ‘그만하라’회유
김씨는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경찰과 버닝썬 간 유착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윤모 총경의 고향 선후배 사이인 뮤지컬 제작사 대표 B씨를 6월1일 만났다고 한다. 그는 B씨의 회유 사실을 언급하면서 “종국엔 본인이 ‘윤 총경과 친하다’며 ‘이제 그만 하라’ 회유하는 문화계 인사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결국 그들의 입맛대로 윤 총경과 비리 경찰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B씨와 만남 자리에는 중령급 육군 장교들과 여러 제작사·광고회사 대표들도 동석했는데, 이들은 ‘평생 A대표님 옆에 붙어 있으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면서 김씨는 이에 대해 ”말 안 들으면 업계에서 일 못한다”는 협박으로 들렸다고 고백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에 ‘작별인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작별인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작심 발언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의 촛불로 만들어진 정의로운 정권이라 믿었지만,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덮는데 급급한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나도 이용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그들의 ‘설계를 고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조 장관과 그의 일가에 이어지고 있는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현 정권의 태도를 보니 화가 났다”면서도 “내게 접근했던 여당과 좌파 인사들도 ‘버닝썬 사태’를 정의롭게 해결하려던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버닝썬 사건의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상교씨가 공개한 클럽 내 보안요원의 여성 폭행 관련 CCTV. 온라인 커뮤니티 |
◆‘버닝썬 게이트‘처음 열었으나 경찰 수사결과는 ”정황·혐의 없음”
앞서 김씨는 지난해 11월24일 서울 강남 대형 클럽 ‘버닝썬’에서 클럽 보안요원에게 폭행당한 뒤 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자신을 연행했고, 경찰차와 역삼지구대 안에서 폭행을 가했다면서 클럽·경찰과 유착의혹을 중심으로 클럽의 성폭력, 성매매 정황 등을 언론인터뷰와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연이어 고발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와 함께 사고 당일 김씨를 경찰이 경찰차에 태우는 과정에서 머리를 잡아 끌고가 갈비뼈가 부러진 김씨 몸 위에 올라가 제압하는 폐쇄회로(CC)TV 장면이 공개되며 과잉진압 논란이 지속됐다.
이 같은 사실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자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광수대)를 꾸려 대대적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광수대는 지난 5월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에 대해 ‘정황 없음’으로 결론냈다. 김씨가 주장한 경찰관 폭행 사건도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했다.
경찰은 6월 김씨 폭행사건과 관련해 클럽 영업이사 장모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한다고 밝혔다. 클럽가드6명에 대해서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버닝썬 사건’을 최초 고발 후 SNS 등을 통해 해당 사건 수사 등에 대한 각종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했던 김씨는 그달(6월) 24일 SNS에 올린 글에서 사고 발생 이후 “오로지 버닝썬 관련 정치인과 언론인, 피해자, 제보자만 만나왔다. 그들과 친구가 되어 외로움을 달랬다. 하지만 미안하다. 이제 저는 물러난다”는 글을 올린 후 새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김상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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