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엑스원' 멤버들이 피해···아이돌 오디션의 종언
현재 사회적 화두인 공정성 담보 실패
불공정 이의 제기하는 소비자운동으로 확산 전망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이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미니 앨범 '비상: 퀀텀 리프(QUANTUM LEAP)' 쇼케이스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도현, 이한결, 한승우, 조승연, 김우석, 김요한, 강민희, 송형준, 손동표, 차준호, 이은상. 2019.08.27. chocrystal@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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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황금기를 누리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프듀X)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투표 조작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제작진 중 한 명을 피의자로 입건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은 '프듀X'를 통해 선발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 멤버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를 압수수색했다.
◇'프듀X' 조작 논란은 어떻게 커졌나···결국 멤버들 피해
지난 7월19일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프듀X' 생방송을 통해 발표된 엑스원 데뷔 멤버 11명의 득표수에 이상한 패턴이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발견하면서 이번 투표 조작 논란은 시작됐다.
엑스원 멤버로 한승우(25), 조승연(23), 김우석(23), 김요한(20), 이한결(20), 차준호(17), 손동표(17), 강민희(17), 이은상(17), 송형준(17), 남도현(15)이 뽑혔다.
이들 윗 등수와 아랫 등수 연습생의 표차이가 2만9978인 경우가 5번, 7494 또는 7495인 경우가 4번이나 반복됐다. 결국 20명 연습생의 득표수가 모두 7494.442의 배수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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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주축이 된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의 고소·고발인 260명을 대리한 마스트 법률사무소가 '프로듀스X101' 제작진을 8월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기의 공동정범 혐의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공동정범 혐의다.
이런 상황에서 엠넷을 운영하는 CJ ENM이 엑스원 데뷔를 강행한 것 자체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결선에 오른 20명의 소속사 14곳은 엑스원의 데뷔에 합의했으나 상당수 팬들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야 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CJ ENM과 소속사들이 그룹 데뷔를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CJ ENM은 엑스원 데뷔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데뷔 자체를 미루는 것을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는 모양새인데다가 이미 5년의 계획이 꽉 짜여 있는 상황에서, 데뷔 연기는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원은 팀 전체 활동 2년6개월, 개별 소속사와 병행하는 활동이 2년6개월로 총 5년 간 계약이 맺어졌다.
엑스원 팬덤과 최종 결선 20명에 포함됐으나 탈락한 9명의 팬들로부터 파생된 프로젝트 그룹 '바이나인' 팬덤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엑스원, 바이나인 멤버들이다. 엑스원 멤버들은 투표 조작으로 데뷔한다는 의심을 안고 살아야 하고, 탈락자들은 피해자라는 트라우마를 안고 다시 연습실을 들락날락해야 한다.
◇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존폐 기로
워너원 |
무엇보다 전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 존폐 여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제작진의 편집과 의도가 반영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완벽한 리얼리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자, 팬들도 이런 사실은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데뷔조가 유력했던 특정 연습생이 탈락했어도, '반전이 있었겠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프듀X'의 가장 큰 실수는 객관적인 숫자에서 오류를 발견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번 팬들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투표결과가 이미 프로그램화돼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구나 이번 '프듀X'의 최종회 투표는 건당 1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였다.
'프듀X'의 몰락은 음악업계 종사자들이 애써 외면한 '아이돌 그룹 오디션의 종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음악계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절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워너원'의 인기는 화룡점정이었고, 이후 당연하게도 오디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엑스원 ⓒ스윙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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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직접 아이돌 그룹 멤버를 정한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고, 그 때문에 특별한 중요성가 가치가 있었지만, 절정을 경험한 이후 그런 점이 사라진 것이다.
일본 비평가 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그 유명한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사회적 책임을 상상력으로 떠맡았던 소설이 역할을 방기하면서 영향력을 잃게 됐다고 썼다.
아이돌 멤버를 직접 뽑는다는 '특별한 상상력'의 힘이 약화되면서 이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몰락은 예고됐다. 여기에 조작 정황마저 더해지면서 대중의 실망감은 더 커졌다. 앞선 '프듀' 시즌으로 논란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큰 기획사의 입김 또는 고위 간부들의 친분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완벽한 공정성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프듀X'는 그런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짚었다.
당장 방송이 예정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요계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이 흥미보다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이번 조작시비는 팬덤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불공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적극적 '소비자 운동'의 하나라는 것이다.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언론과 함께 이들이 권력의 감시자로 승격되면서, 향후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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