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DLS, 설계·제조-판매-영업
은행이 정한 운용사 정보 듣고 증권사가 DLS 통보 정황"
설계·제조 단계 증권사 OEM 판단 여부에 관해
"DLS 펀드담기 적법성 살펴봐야"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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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인 은행이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하면 증권사는 은행 및 운용사에 DLS 세부 내용을 동시에 통보한 정황을 합동 현장검사를 통해 잡아냈다고 밝혔다. 은행 지시대로 펀드를 설계·제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는데, 이는 소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로 불리며 자본시장법에 어긋나는 행위다. OEM 형식은 물론 시리즈로 펀드를 만든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원승연 부원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의 본질에 대해 '설계·제조-판매-영업' 등 금융상품이 유통되는 모든 과정에 있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정보 격차가 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금감원은 상품 판매사인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해 종종 검사를 하곤 했지만, 설계·제조 단계의 증권사, 운용사 등까지 그야말로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일은 드물다. 지난달 말부터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편드(DLF) 관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은행 2곳, IBK투자증권·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 유경·KB·교보·메리츠·HDC자산운용 등 운용사 5곳에 대한 합동 현장검사를 하고 있다.
원 부원장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 결과 외국계 투자은행(IB)이 한국 지점 등을 통해 국내 증권사에 DLS 상품을 제안하고, 은행은 증권사와 수익률, 만기 등 상품구조를 협의했고, 증권사는 유리한 약정수익률을 제시한 외국계 IB 국내지점 등과 발행조건을 확정한 뒤 헤지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OEM펀드' 거래로 의심되는 부분도 포착했다. 은행이 운용사를 정해 증권사에 알리면 증권사는 은행 및 자산운용사에 DLS 세부 내용을 동시에 통보한 사실을 포착했고, 운용사도 은행에 상품제안서, 펀드계약서 등을 통보한 사실을 알아냈다.
심지어 금융사들은 위 과정을 반복해 펀드를 시리즈로 설계·제조하고, 은행은 해당 펀드를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정황을 알아냈으며, 증권사는 펀드 판매 금액만큼 DLS를 발행하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펀드에 편입(하나의 펀드에 하나의 DLS 편입, 1:1 매칭방식) 등 사실도 파악했다.
다만 금감원은 파생상품의 '설계·제조' 부문을 맡는 증권사 및 운용사가 취급한 DLF를 OEM펀드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번 건의 경우 발행된 DLS를 펀드에 일단 담는 행위를 운용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관련 법규에 적절히 해당하는지 좀 더 살펴봐야 하고, 당장 결론을 내리고 있진 않다"며 "검사 과정에서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사와의) 논의에 참여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지만, OEM 펀드 구성 요건에 정확히 일치하느냐는 부분에 대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OEM 성격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고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펀드 판단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공모펀드 규제를 피하고자 사모펀드를 쪼개서 팔았느냐 하는 부분은 발행조건 및 기초자산 등이 펀드 간에 같거나, 단기간 내에 이뤄지는 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부분이 꼭 들어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운용과 설정 중 운용 단계에 판매사가 개입하면 OEM펀드로 판단하는데, DLF 상품의 특성상 운용에 개입하기 어려워 OEM펀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외국계 IB들이 이번 DLS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외국계 IB들이 미·중 무역분쟁 등 예상에 따라 독일 국채에 투자하는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이번 DLS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일었었다. 원 부원장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기존 포지션을 이용한 이익도모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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