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45년간 속해있던 UPU를 탈퇴하게 되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소포·화물 배송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피터 나바로(오른쪽)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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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UPU 국제우편요금 개정 협상을 위해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끌고 24~25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UPU 특별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UPU 총회에서 요금 불공정성을 문제 삼은 후 탈퇴 결정을 내렸지만, 유예 기간 1년 중 재협상 결과에 따라 탈퇴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 즉 이번 총회에서 ‘UPU 요금 개정이냐, 탈퇴냐’를 담판 짓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UPU 요금제도가 중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UPU가 이런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UPU를 탈퇴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나바로 국장은 미국에서 미국으로 배송되는 편지·소포 가격과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배송되는 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1일 한 매체에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소포를 보내는 비용이 캄보디아 만큼 작은 나라나, 중국만큼 큰 나라에서 뉴욕에 소포를 보내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든다"고 기고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독자적인 가격을 책정하겠다"라고 했다.
미국이 불공정하다며 문제 삼는 건 ‘배달국 취급비(terminal dues)’ 규정이다. 이는 4.4파운드(약 2㎏) 이하 국제 경량 우편물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UPU는 회원국을 1그룹(선진국), 2그룹(준선진국), 3그룹(개도국), 4그룹(저소득국)으로 나눠 배달국 취급비를 차등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잘사는 나라가 취급비를 더 부담하게 된다. 이 규정은 국제 물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규정에 따르면 미국은 1그룹, 중국은 3그룹이다. 현행 UPU 시스템에서 중국은 미국 내 배송 비용 중 30~60%만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하에서 중국이 국제 전자상거래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UPU 탈퇴 카드는 미국이 중국을 전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블름버그는 설명했다. 만약 UPU 192개 회원국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페덱스(FedEx)와 UPS(United Parcel Service)와 같은 미 물류 운송업체에 유리해진다. 반면 알리바바 등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들은 미국으로 보내는 소포 가격이 올라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UPU를 탈퇴하면 다른 국가도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우편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법적·기술적으로 전세계 우편배달 체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우편 관련 양자협정을 빠르게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주장을 하는 건 국제관계와 다자간 협정과 관련 ‘미국 우선주의’로 접근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기후변화협정, 이란 핵협정 탈퇴 의사를 밝혀왔다.
스위스 베른에 본부를 둔 UPU는 지난 1874년 창설된 유엔 산하 정부 간 기구다. 회원국은 협의를 통해 국제우편요금 규정을 정한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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