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와 부대표 충돌 내분
지지율 안 올라 조롱까지 당해
코빈 노동당 대표 |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이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제러미 코빈 당대표와 톰 왓슨 부대표가 정면충돌하며 코빈 측에서 왓슨을 축출하려는 시도를 벌였다. 21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NEC)는 전날 밤 당의 부대표 자리를 없애는 방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했다. 코빈과 갈등을 빚어온 왓슨을 축출하기 위한 시도로, 친(親)코빈 성향 인사들이 안건으로 올린 것이다. 투표 결과 찬성 17표, 반대 10표로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에 못 미쳐 부결됐지만, 노동당의 고질적인 당내 갈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당에서 부대표 직책은 1915년 만들어져 104년간 유지돼 왔다.
EU 잔류론자인 왓슨은 조기 총선보다는 제2국민투표를 실시해 브렉시트를 취소하는 데 당의 힘을 모으자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코빈은 10월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연기한 다음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데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노동당이 브렉시트를 놓고 당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당의 자중지란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이 브렉시트를 해결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이를 노동당이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존슨이 의회를 정회(停會)시키고 보수당의 중진 의원 21명을 쫓아내는 강경한 조치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노동당이 반사 이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극좌 성향인 코빈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도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서 노동당은 23%를 기록하며, 브렉시트 정국에서 제 역할 못하는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33%)에 크게 뒤졌다. 노동당은 자유민주당(19%)에도 바짝 쫓기는 신세였다.
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면서 노동당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제안한 조기 총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존슨은 코빈을 "겁쟁이"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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