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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기획; 미투 600일①] “나도 고발 당했습니다”…‘미투 가해자’ 근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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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제공=M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함상범 기자] 지난해 불어 닥친 ‘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은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광풍의 시작은 서지현 검사였다. 서지현 검사는 2018년 1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 게시판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당일 JTBC ‘뉴스룸’에서 진실을 고했다.

국민은 분노했다. 이 분노가 기폭제가 돼 문화계, 정치계, 법조계, 연예계 등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폭로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흐름은 현재 진행 중이다.

2018년 1월 이후 약 6개월여 동안 미투 운동으로 거론된 유명 인물만 약 수 십 여명이 된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혐의가 인정됐거나 잘못을 사죄하고 두문불출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미투 운동이 일어난지 약 600일이 지난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교도소로 간 사람들 ? 안희정·이윤택·안태근·이현주

많은 사람들에 충격을 안겨준 미투 운동을 통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윤택 연출가, 이현주 영화감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안희정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폭로로 결국 수감됐다. 안 전 지사는 지난 대선이 끝나고 발탁한 김지은 씨를 위력을 사용해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에 항소한 안 전 지사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9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을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보복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검사장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인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이다. 안 검사장은 서검사를 추행한 사실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 권한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극단 나비꿈의 이승비 대표, 연희단거리패 전직 단원 김지현, 익명의 제보자 등으로부터 폭로를 당한 이윤택 연출가는 징역 7년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7월24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에 징역 7년,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실제 교도소에 가진 않았지만, 영화 ‘연애담’을 통해 충무로에서 주목받던 이현주 영화감독은 영화아카데미 동기 여성 A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확정 받았다. 이 감독은 이 사건 이후로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 고은·김기덕·정봉주

최영미 시인으로부터 ‘괴물’로 표현된 고은 시인과 수 많은 여배우들로부터 폭로를 당한 김기덕 감독은 법정 다툼 중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최영미 시인이 쓴 시 ‘괴물’은 미투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괴물은 고은 시인을 의미했다. 최 시인의 이어지는 폭로에 고은 시인은 2월 15일 단국대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났고, 수원시가 마련해 준 광교산 자락의 창작공간에서도 떠났다.

그런 가운데 고은 시인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성추행 주장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박씨에 대해서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3년 영화 촬영장에서 여배우를 폭행하고 베드신을 강요한 혐의로 2017년 피소된 김기덕 감독은 검찰로부터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무혐의를 처분 받았다.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 외에도 김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성폭력 혐의를 보도한 MBC ‘PD수첩’에 명예훼손 혐의로, 방송에서 증언한 배우 A씨에 대해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또 지난 7월에는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 ‘PD수첩’과 배우 A씨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앞두고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반박했다고 무고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선고 공판에서 무고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2011년 12월 23일 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그는 보도 매체였던 프레시안과 해당 기자들을 고소했었다. 그는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호텔을 간 기억이 없다고 밝히다가, 당일 오후 6시 43분 결제내역을 확인 하고 서울 시장 출마를 철회하고, 해당 기자들의 고소를 취하했다. 지난해 3월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그는 SNS 활동도 하지 않다가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난 8월부터 SNS에서 글을 남기고 있다.

◇숨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 조재현·최일화·김생민

연예계 종사자들은 전반적으로 두문불출 하고 있다. 조재현과 김생민, 최일화 등은 폭로된 이후로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촬영장 스태프, 여배우 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현은 종방을 4회 앞두고 있던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급히 하차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겠다”고 사과했다. 조재현은 소유하고 있었던 대명문화공장 건물을 매각하고 직접 설립한 공연제작사도 폐업 후 두문불출 중이며, 딸인 탤런트 조혜정 역시 조재현의 미투 폭로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10년 전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생민은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하다 팟캐스트를 시작하면서 다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리포터로 특별한 화제 없이 활동하던 그가 엄청난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벌어졌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배가됐다.

유일무이하게 자진 납세 하듯 수 년 전 연극 작업 중에 성추행한 사실을 털어놓은 배우 최일화도 자숙 중이다. 자진 고백한 그에 대해 피해자라고 밝힌 B씨는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연예계를 떠났다. 이후 그는 출연한 영화 ‘어쩌다, 결혼’에서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모두 편집하지 못하고 개봉한 것에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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