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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품 필요 없어요"…배달 시장, 친환경도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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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수저·포크 안받기 기능 이용률 늘어

'과도포장' 논란엔 친환경 포장재 개발 박차

스티로폼 박스 회수·재사용 박스 이용 동참 등

환경 경각심 높아져…"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헤럴드경제

일회용품 사용과 과도한 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배송이 배달 시장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배송에 사용되는 친환경 에코박스V3. [마켓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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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 배달앱 마니아인 박소영(30) 씨는 집에 일회용 수저가 한 박스 쌓였다. 그러던 박 씨에게 반가운 기능이 생겼다. 배달앱 주문 시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라는 선택 항목이 생긴 것이다. 박 씨는 주문할 때마다 안 받기로 표시를 한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일회용품이) 올 때가 많다”며 “업주가 확인을 안 하거나 미리 포장해 놓고 보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새벽배송을 즐겨 이용하는 김지윤(29) 씨는 포장재 회수에 동참하고 있다.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문 앞에 내놓는 방식이다. 배송 매니저는 새로운 주문 상품을 배달하며, 이전 주문에서 발생한 포장재를 회수해간다. 김 씨는 “고작 몇 개 주문하는데 포장에 쓰인 박스만 여러 개”라며 “수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과도한 포장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달앱과 새벽배송으로 대표되는 배달 시장이 일회용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배달 시장이 성숙한 만큼 환경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 탓이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그 편리함에 열광하면서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한다.

동시에 친환경 배송은 배달 시장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일회용품 줄이기, 친환경 포장재 개발 등 지속가능한 배송을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 4월 도입한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 이용 횟수는 현재까지 누적 2200만건에 달했다. 5개월간 월평균 440만건 꼴이다. 배달의민족 월간 순이용자수가 930만명, 월 주문수는 2800만건임을 고려하면, 월 전체 주문의 약 15.8%가 ‘안 받기’를 선택한 셈이다. 요기요도 이달부터 ‘일회용품 안 받기’ 기능을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앱 주문 시 선택 항목이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요청사항으로 ‘반찬류 안 받기’ 기능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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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 주문 요청사항에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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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그동안 배민을 이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은 주문 요청사항에 ‘일회용품 안 주셔도 돼요’, ‘수저 안 받을게요’와 같은 메시지를 남기곤 했다”며 “배민 이용자와 외식업 업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이라는 점에서 안 받기 기능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업계는 포장재의 재활용률 및 재사용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새벽배송이 이뤄지는 신선식품은 신선도를 위해 고려할 조건이 많다. 상온·냉장·냉동 등 제품별 보관 온도에 따라 포장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상품 5개를 시켜도 한 번에 4~5개의 박스를 받는 경우가 벌어진다. 과도한 포장에 대해 소비자들의 지적이 나오지만 업체로선 상품 관리를 위한 개별 포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에 업계는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거나 회수 서비스를 늘리는 등 포장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켓컬리는 냉장 제품 배송 시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에코박스’를 도입하고 있다. 에코박스 프로젝트 TF팀을 꾸리고, 1년간 전국 박스 공장을 방문하며 소재 고도화 작업을 거쳤다. 에코박스는 100% 재생지이면서 보냉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플라스틱 지퍼백은 천연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지퍼백으로 바꿨다. 냉동 제품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회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회수된 박스는 재활용 전문 업체에 전달되고 아이스팩은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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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네이처 친환경 배송 서비스 '더그린배송'의 재사용 포장재. [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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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네이처는 ‘더그린 박스’를 이용한 배송 시스템으로 포장재 재사용을 꾀했다. 테이핑 없이 지퍼로 여닫는 더그린 박스는 보증금 5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제품 수령 후 박스를 반납하면 1개당 500원의 환경 적립금이 지급된다. 이용률은 지난 4월 도입 후 현재 56% 비중으로, 전체 주문 건수의 절반을 넘겼다. 회수율(다음 구매 시 반납)은 96%에 달해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 중이다.

헬로네이처 관계자는 “최초로 준비한 더그린박스 1차 물량이 지난달 최대 사용치에 도달해 급히 물량을 2배 이상 늘렸다”며 “향후 이용 고객 증가 추이에 맞춰 올해 말까지 이전 물량의 5배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손정현(30) 씨는 “아무리 줄여도 배달 쓰레기는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편리함과 환경을 맞바꾼다는 생각도 들어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부 김윤희(41) 씨는 “대형마트에선 종이박스 포장대를 없앤다고 하는데 정작 배달에서 나날이 발생하는 일회용품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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