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걸린 정부
17일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장 출입을 통제한 채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파주 | 이상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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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유입 경로 및 발생 원인을 밝혀내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17일 경기 김포시 소재 한 돼지농가에서 국내 처음 확인된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ASF의 전염 및 발생 원인으로 돼지가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잔반을 먹은 경우, 농장 관계자가 이 병이 발생한 나라를 방문한 경우, 바이러스를 지닌 야생 멧돼지와 접촉한 경우 등을 지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병한 농장의 경우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공급하지 않는 곳이다. 이 농장의 주인이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4명의 외국인(네팔인) 노동자들도 최근 3개월 안에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장에선 남은 음식물 안 쓰고
주인·노동자 해외 체류 안 해
북한 10㎞ 거리 ‘유입 가능성’
이에 북한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파주·연천·김포 등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해 지난 5월 ASF가 발병한 북한에서 야생 멧돼지가 넘어오지 못하게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에 발병한 파주 농장은 북한과 불과 1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파주 농장은 창문이 없는 축사 형태라 야생동물과의 접촉 가능성이 낮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유입 경로나 발생 원인 등은 정밀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SF가 추석 연휴 기간에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당국은 앞으로 1주일이 확산 차단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병의 잠복기는 보통 21일로 알려졌으나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주로 감염 후 4~7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병한 농장에서 새끼돼지를 공급받은 같은 농장주의 다른 2개 농장(발생 농장과 19~20㎞ 떨어짐)에서는 아직 특이 사항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농장에서 약 40㎞ 떨어진 연천의 의심 신고 돼지가 ASF로 확진되는 경우 확산 차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국은 경기도 지역에서 다른 시·도로의 돼지 반출을 1주일간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실시했다. 또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주는 227개 농가에 대해 잔반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환경부와 함께 파주 등 접경지역 14개 시·군의 야생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로 했다.
새끼돼지들 받은 인근 농장
아직까진 ‘특이 사항’ 없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관계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강력한 초동대응을 지시했다. 이 총리는 “ASF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 감염 시 치사율이 최대 100%에 이르는 등 국내 양돈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ASF 발생에 따라 19일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 예정이던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기념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윤희일 선임·이주영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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