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살처분 매립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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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17일 경기 파주시 한 돼지 농장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히면서, 돼지 살처분 조처에 대한 안타까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245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에 있었다. 2~3일 전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는 4마리의 어미 돼지가 고열로 폐사하자 지난 16일 오후 6시께 방역 당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 직후 동물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이 출동해 시료를 채취했고, 검역본부가 정밀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국내서 처음으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기 종식을 위해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발생농장 등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한다고 밝혔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6시 경기도 파주시 양돈 농가에서 어미돼지 모두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있었다. 폐사체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한 결과 17일 오전 6시30분 ASF 양성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ASF 발생 농장 반경 300m 이내 양돈 농가에는 감염 여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농식품부는 10㎞ 이내 농가 19호에 대해서는 정밀 검사를 통해 발생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살처분 규모에 대해서는 "발생농장 및 농장주가 소유한 2개 농장 돼지 3950마리 살처분 조치를 완료할 이날 중으로 예정"이라고 말했다.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 입구에서 살처분 및 매몰 작업을 위해 장비를 실은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등 치명적이나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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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살처분 되는 돼지에 안타까운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집단 살처분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돼지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은 "살처분 과정을 뉴스 소식 등을 통해서 접했다"면서 "일부 살처분 되는 동물은 땅에 묻힐 때 살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땅에) 매몰이 되어도 소리를 내는 것 같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살처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소·돼지·염소 등 가축 340만 마리가 땅 속에 묻혔다.
전문가들은 살처분 조처에 앞서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국회서 열린 '생명을, 묻다-가축 살처분 실태와 쟁점 진단' 세미나에서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은 "사람과 동물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자 타자와 공감할 수 있는 존재"라며 "인간과 동물의 공통 기반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이 살처분 사태로 상징되는 농장동물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축 살처분 법제 분석 및 입법적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살처분 대상은 생명을 지닌 살아있는 동물이다. 특히 예방적 살처분은 가축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며 "지금처럼 같은 조항(가축전염병예방법 제20조)에서 일반적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을 획일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방적 살처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 방안은 아예 살처분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라며 "상시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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