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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치사율 최대 100%' 돼지열병 국내 첫 발병···어떻게 뚫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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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국내 처음으로 발견돼 당국이 비상조치에 나섰다. ASF는 폐사율이 최대 10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이다.

세계일보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해당 양돈 농장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파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농가는 전날 오후 6시쯤 숨져 있는 어미돼지 다섯 마리를 발견, 농식품부에 신고했다. 농식품부는 즉시 농가 긴급 방역을 실시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해당 농가는 돼지 번식을 전문으로 하는 농장으로, 어미돼지(모돈) 300마리, 새끼돼지(자돈) 2100마리를 키우고 있다. 농장주 부부와 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 4명이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장주 부부를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최근 해외에 다녀온 적이 없다. 또한 네팔은 ASF 청정국이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감염됐을 확률도 낮다. 여기에 농장은 창문이 없고 출입문만 있는 폐쇄적인 곳이다. 멧돼지 출몰도 없었으며, 사료만 먹기 때문에 외부 감염 가능성은 낮다. 농식품부는 이곳 돼지 농가가 지난 2월과 6월에 혈청검사를 받았을 때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ASF 발병으로 정부는 발생 농가와 500m 이내 돼지, 그리고 발생 농가의 농장주 가족들이 운영하는 20㎞ 떨어진 농장 2군데의 돼지 4950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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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역학 조사 및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유입 경로는?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항·항만 및 휴전선 접경지역에서의 방역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주 발병 확진으로 국내에도 ASF가 출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SF는 현재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변국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에서 발병한 데 이어 지난 5월 30일에는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돼지열병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양돈 농장을 대상으로 돼지 혈액검사를 하고 방역 작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에 맥없이 뚫린 것이다.

발병 경로는 북한으로 의심되고 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의 ASF 확진 소식에 지난 6월 한강하구 접경지역 현장을 점검한 바 있다. 당시 이 총리는 “북한 접경지역에는 철책선이 설치돼 있어 내륙을 통한 멧돼지 유입은 어렵지만 물길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있어 특히 한강하구 접경지역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ASF 발생 농가와 한강과의 거리는 약 2∼3㎞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다방면으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ASF 양성 확진 판정과 함께 ASF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현재 운영 중인 ASF 방역대책 상황실 운영을 재난안전대책 본부로 전환 운영한다. 오는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전국 양돈 관련 ‘일시이동중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남은 음식물을 양돈 농가에 반입시켰던 것을 전면 금지했다.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북한과 접경지역 14개 시군의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기로 했다.

또한 지자체별로 ASF 발병을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섰다. 제주도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전국 타 시·도산 돼지고기의 지육·정육과 내장에 대해 전면 반입 금지하기로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ASF는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라고 불린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멧돼지는 발열과 전신에서 출혈성 병변을 일으킨다. ASF는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린 고기에서 300일, 냉동 고기에서 1000일까지 생존한다.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ASF는 아프리카 토속돼지에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유행했던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1960년대 무역선박을 통해 유럽과 중남미에 전파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에도 ASF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전체 돼지 20%가량이 살처분됐고, 베트남도 5%가량이 살처분됐다고 한다.

다행히 ASF는 돼지에게만 전염되고,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1960년대 발견 이후 현재까지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서 한 번 감염되면 대부분 폐사하는 돼지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ASF 발병 이후 돼지고기 값이 40% 넘게 오르는 등 식탁물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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