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울먹이며 "직접 진술할 기회달라"
재판 도중, 방청석에서 욕설나오기도
재판부 "다음번 기일, 발언 기회 10분 주겠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이 세 번째 공판에서 "직접 진술할 기회를 달라"며 울먹였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는 16일 오후 2시30분부터 법원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고씨는 앞선 두 번의 공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 호송 차량에서 내릴 때도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얼굴을 가렸다. 고씨의 출석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에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배명관(49)씨는 "저렇게 뻔뻔하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보니 열불이 난다"며 "이럴거면 신상공개가 왜 있고, 공개재판이 왜 있냐"고 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6일 오후 세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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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씨는 앞선 공판에서 머리를 푹 숙인 채 법정에 입장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얼굴을 들고 재판정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뒤에는 다시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방청석 쪽에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가렸지만, 종종 뒤로 쓸어넘기기도 했다.
고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 시작 직후 고씨의 모두진술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A4용지 16장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접견을 통해 피고인과 주고 받았던 내용을 정리했다. 증인 신문에 앞서 2시간 정도 피고인이 직접 의견서를 낭독하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첫 번째 공판에서 고씨가 이미 모두진술 기회를 거절하지 않았냐"며 "이번에 제출한 의견서도 전적으로 변호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며, 그 내용도 이전 공판에서 변론한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의견서 낭독이 재판 진행에 의미가 있겠냐"며 거부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고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치소 상황상 내 의견을 전달할 기회가 접견 시간 밖에 없어 변호사가 의견서를 작성했을 뿐 그 내용은 내 의견이 맞는다"며 "모두진술을 할 기회를 달라"고 울먹였다. 고씨가 발언하는 도중 방청석에서 욕설이 나와 재판장이 주의를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직접 의견서를 작성해와서 낭독하는 조건으로 모두진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번 기일에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관련해 직접 발언할 기회를 10분 정도 주겠다"며 "대신 변호인이 아닌 피고인이 의견서를 직접 수기로 작성해오라"고 했다.
고유정은 이날 세번째 재판에 출석하면서도 머리카락를 풀어해쳐 얼굴을 가렸다. 교정당국은 1·2차 공판 때와 달리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이유로 고씨에 대한 취재진의 근접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밤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지난 7월 1일 구속기소됐다. 형사소송법은 기소된 피고인의 1심 구속 기간을 최대 6개월로 규정하고 있어, 고유정의 1심 판결은 올해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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