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이은 ‘일회용 어메니티 퇴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위한 고체 어메니티 개발도
“친환경은 피할 수 없는 흐름, 고객에게 잘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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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에 ‘플라스틱 프리’(플라스틱을 줄이는 것) 바람이 불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 등으로 바꾸거나, 기존에 제공하던 일회용 어메니티(샴푸 등 욕실용품) 대신 대용량 어메니티를 갖다 놓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호텔의 친환경 정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반응이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룹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일회용 샴푸·컨디셔너·바디워시·바디로션 대신 대용량 용기에 담은 다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리어트는 전세계 131개국 7000여개의 호텔에 2020년까지 적용할 예정이며, 인터콘티넨탈은 100개국 5600개 이상의 호텔에 2021년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호텔에도 적용될 방침이어서, 메리어트 계열의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 호텔 서울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공유 받아 대용량 어메니티 교체 작업을 유관 부서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전달받지 못했으나 2021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지침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호텔·리조트 업계의 플라스틱 줄이기 추세는 꾸준히 진행돼왔다. 리조트 기업 아난티는 지난달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어메니티 ‘캐비네 드 쁘아쏭’을 내놨다고 밝혔다. 아난티는 “고체로 된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워시와 종이 포장된 바디로션으로 어메니티를 구성했다”며 “기존 고체 제품이 가진 ‘불편하다’, ‘건조하다’ 등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3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고 말했다. 메리어트와 인터컨티넨탈은 지난해부터 호텔 내 레스토랑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나 씻어서 재사용이 가능한 티타늄 빨대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세계 5300여개의 체인을 운영하는 힐튼도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빨대 퇴출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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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들의 이 같은 조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2016년 약 2억4200만톤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2050년에는 34억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매년 최소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전 세계플라스틱 포장재 중 14%만 재활용을 위해 수거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체 어메니티를 출시한 아난티 쪽은 “매년 60만 개 이상 사용되는 어메니티용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포장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인터컨티넨탈 관계자도 “모든 객실에 매일 샴푸·컨디셔너·바디젤· 바디로션 등 4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매일 사용하는데, 모든 호텔 객실에 위 4가지가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어마어마한 양일 것”이라며 “호텔에 일회용 어메니티 사용을 중지하면 매년 2억 개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회용 어메니티를 선호하는 고객의 항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호텔 관계자는 “외국 호텔 중에는 객실 생수도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에 담아 제공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친환경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잘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도 “어메니티 때문에 특급호텔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고객의 항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대용량 어메니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용기 소재나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하고, 위생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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