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송기호 변호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日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반대 의견 제출
"3대 품목 규제만 WTO서 다루면 안돼"
"중소기업 CP가입 거의 없어 피해 노출"
국제통상법 전문가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상윤) |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을 수출우대국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주 시행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선 대응 카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근거로 일본이 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지난 3일 한국의 조치는 “자의적 보복조치”라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제출하며, 한국이 고시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양국간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데 있어 실익을 따져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3일 전략물자고시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때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협정문 번역 오류를 발견해 주목을 받는 등 정부 통상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국제통상법 전문가다. 현재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송 변호사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만나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에 반대하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 위해선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재고해야 한다. 빈틈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는 “우리 중소기업만 피해보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 일문일답이다.
-일본이 추가로 수출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
△아베 총리는 수십년간 유지된 한일관계를 다른 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일본 기업에도 피해를 준다. 아베가 국제 분업 틀을 교란할 의도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3대 품목도 일부지만 수출 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은가. 탄소섬유 등 수출규제 품폭을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
-WTO제소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일본이 저강도 수출규제 형식을 취하면서 자국의 조치가 적법한 전략물자 관리를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1988년에도 유럽연합에 대해 반도체 수출 규제조치를 내린 후 90일간 허가를 지연했다가 WTO에서 패소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 수출 허가를 내는 방식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저강도 규제라고 하더라도 부당한 점은 그대로다
△그렇다. 일본은 자신의 필수적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 제21조(안보상의 예외조치)‘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근거가 미약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외에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확실한 근거 없는 무역보복이다.
-일본을 백색국가 제외하면 WTO제소 양상이 달라지는가
△한국이 일본을 백색국가를 제외하면 일본은 WTO에서 자국의 조치가 한국의 조치와 동일한 재량권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 경우 WTO제소 명분은 결국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만 남게 된다. 물론 3대 품목 수출 규제가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백색국가 제외까지 포함해서 제소하는 것과 비교할 때 승소가능성이 낮아지는 건 문제다. 우리가 빈틈을 보일 필요가 없다.
-우리가 WTO제소시 일본의 부당한 조치만 따지는 게 아닌가.
△일본이 한국의 조치를 WTO제소한다면 우리 제소와 병합돼 다뤄질 것이다. 일본이 WTO제소를 하지않더라도 일본이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방어논리로 쓸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재량행위에 불과하고, 한국의 조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 조치는 일본과 결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려면 일본이 국제전략물자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잘 이행하느냐 문제를 따져야 한다. 당장 일본은 우리 정부가 이런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도 똑같이 일본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국제공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고 치자. 그러면 모든 국가의 백색국가 리스트는 똑같아야 하는데 실제 각기 다르지 않는가.
-일본을 백색국가서 제외할 경우 우리 중소기업이 부메랑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 대기업은 자율준수기업(CP) 프로그램을 적용받아 기존과 큰 차이없이 수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정부가 CP 인증을 한 한국 기업은 157개인데 이중 중소기업은 별로 없다. 중소기업은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로 타격을 받고, 동시에 한국정부의 수출규제로 또다시 피해를 입게 된다. 결국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것은 WTO제소 관련 일본의 방어논리를 만들어 주고, 오히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피해를 가져오니,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WTO 최종결정에시일이 걸리니 단기 대응이 필요하지 않나
△정부의 조치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단기적 대응카드와 장기적 대응카드(WTO제소)는 서로 모순이 없어야 한다. 이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가장 큰 단기적 대응카드를 썼다. 지소미아 종료마저 통하지 않으면 백색국가 제외 카드는 더는 유용하지 않지 않나.
-산업부가 WTO제소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인가.
당연하다. WTO제소는 일본의 추가 보복 선택지를 좁혀나갈 수 있는 중요한 툴이다. 한일 갈등은 위안부 문제 등이 엮여 있어 단기적으로 풀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소재·부품·장비를 육성하고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틀 아래 WTO제소 카드를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압도적 우위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아베 총리가 취할 선택의 폭을 크게 좁혀야 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