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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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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세계 최초 5G칩' 그 안엔 구형 C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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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지난 6일 "세계 최초·최강의 5G(5세대 이동통신) 통합 칩셋"이라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모바일 반도체 '기린(Kirin) 990'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 제품보다 뒤떨어진 구형 CPU(중앙처리장치) 기술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기술 금수 조치 때문에 화웨이가 최신 반도체 기술 도입에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에 CPU 기술을 제공해온 영국 ARM은 미국의 요구로 지난 5월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미국의 대(對)화웨이 제재 조치의 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로 최신 기술 도입 실패" 분석

화웨이는 독일 IFA(국제가전박람회)에서 5G 통합 모바일 칩셋 '기린 990'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5G용 통합 모바일 칩을 상용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이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5G 모델을 18일 독일 뮌헨에서 발표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이 5G 통합 모바일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화웨이가 5G 패권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것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조선비즈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그룹 CEO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IT·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모바일 반도체 기린(Kirin) 990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기린 990의 성능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린 990은 삼성전자 등 경쟁사 제품보다 뒤떨어진 구형 기술로 제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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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9일 "화웨이의 기린 990은 모바일 반도체 전문 설계 회사 ARM의 '코텍스 A76' CPU 기술을 쓴 것임을 확인했다"며 "이는 삼성전자·퀄컴의 최신 제품보다 성능이 낮은 한 세대 전 기술"이라고 말했다. 코텍스 A76은 ARM이 작년 5월 선보인 CPU 기술이다. 반면 지난 4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최신 5G 통합칩 '엑시노스 980'은 ARM이 올해 5월 선보인 최신 CPU '코텍스 A77'의 기술을 채용했다.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며 숨가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최신 모바일 CPU 신기술이 바로바로 적용된다. 애플·삼성전자와 경쟁한다는 화웨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화웨이는 발표된 지 1년 넘게 지난 구형 기술을 자사 최신 제품에 채용한 것이다. 화웨이가 선택한 A76은 삼성전자와 퀄컴이 채택한 A77보다 연산 속도는 23~35%, 데이터 전송 속도는 15% 정도 느리다. 전체적으로 성능 면에서 20% 이상 뒤처진다는 게 ARM의 설명이다.

화웨이가 구형 기술을 쓴 것은 미국의 제재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미국의 제재 조치로)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면서 두 회사 간 기술 제공 협의도 중단됐다"면서 "어쩔 수 없이 (제재 이전인) 지난해 획득한 라이선스(기술 사용 면허)에 의존해 기린 990을 개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재 리스트에서 잠정적으로 빠지면서 일부 통신 장비와 부품의 거래를 재개했으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의 거래는 계속 제한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때문 아니다"라며 무리한 과시

리처드 유(Yu) 화웨이 소비자그룹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6일 발표 당시 "기린 990의 성능은 이미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beyond the user's need)"면서 단지 고성능이라는 이유로 A77을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스마트폰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A76이 (A77보다) 낫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퀄컴과 삼성전자 등 타사 제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인 기린 990 성능 테스트 수치를 공개했다. 구형 기술을 쓴 것은 절대 미국의 제재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화웨이가 공개한 테스트 결과를 두고 업계에선 "화웨이가 기린 990의 작동 속도를 무리하게 끌어올려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원래 설계된 작동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오는 19일 기린 990을 채용한 '메이트 30'과 '메이트 30 프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화웨이 주장의 진위는 수개월 안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정철환 기자(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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