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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임창정 “롱런 비결은 진정성…공감·위안 받으니 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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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째 정규 앨범 ‘십삼월’로 돌아온 임창정 / 그 달에 맞는 분위기 곡을 월별로 배치 / 미디엄·재즈스윙 R&B 등 다양하게 구성 / 기승전결 뚜렷한 1990년대 발라드 고수 / “정규 앨범 1년에 한 번씩은 꼭 낼 계획”

1990년대 후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공원’이 인기다. 한때 가요계를 휩쓸다 이제는 추억 속으로 저문 스타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하나 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정상을 지키고 있는 임창정(46)이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의 전설’이 다시 돌아왔다. 임창정은 농사짓듯, 1년 내내 곡을 만들고 추수하듯 가을에 노래를 발표해왔다. 최근 KBS ‘불후의 명곡’에서 ‘전설’ 수식어를 단 임창정은 지난 6일 15번째 정규 앨범 ‘십삼월’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십삼월’은 히트곡 ‘또다시 사랑’(2015), ‘내가 저지른 사랑’(2016), ‘그 사람을 아나요’(2017),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2018)에 이은 가을 발라드다.

“저는 앨범 세대예요. 젊은 친구들도 있지만 우리 또래, 형, 누나들도 계속 음악을 듣고 있잖아요. 정규앨범이 그분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창정은 “앞으로도 정규 앨범을 1년에 한 번씩은 꼭 낼 계획이다. 정말 할 이야기가 없을 때는 쉴 수 있겠지만, 최소 미니앨범이라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윤종신과 함께 이례적으로 음원차트 정상을 밟는 현역이다. 윤종신은 2017년 ‘좋니’로 장기 흥행을 했고, 임창정은 근래 신곡을 낼 때마다 ‘음원 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9월 발매한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의 동명 타이틀곡은 K팝 아이돌 그룹, 드라마 OST가 점령한 음원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그는 “(윤)종신 형이랑 ‘너랑 나랑 뭔 복이야’라며 한참을 웃었다. 참 행복한 일”이라며 “뭘 노리고 한 것은 아니고, 진정성 있게 ‘내 감정은 이렇다’고 말하니 듣는 분들이 공감과 위안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13곡이 수록된 이번 15집은 트랙리스트가 흥미롭다. 곡 제목은 ‘일월’, ‘이월’, ‘삼월’…‘십삼월’까지 차례로 배열됐다. 작곡가 멧돼지와 공동 작업을 하고서 그달에 맞는 분위기 곡을 월별로 배치했다. ‘십이월’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연상되는 식이다. 그는 “확실한 테마가 있는 달은 분위기가 꼭 들어맞을 것”이라며 “5월이 되면 라디오에서 ‘가정의 달, 임창정이 부릅니다. 오월’ 하면 재미있지 않겠나”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이런 구성의 출발점은 ‘십삼월’이 만들어지면서다. 한 여자를 바라보는 슬픈 ‘외사랑’을 담은 노래다.

“영원히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가사로 쓰자 ‘13월’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13월’은 영원히 오지 않는 달이잖아요. 그런데 마침 나머지 곡들이 딱 12곡이어서 1년 내내 들으시라고 이렇게 담아봤죠.”

임창정표 애절한 사랑 노래도 담겼지만 이번 앨범이 주는 메시지는 ‘웃으며 잘 살아보자’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행복한 다둥이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1번 트랙인 ‘일월’도 ‘네가 있어 행복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인생은 힘들 때도 괴로울 때도 있지만 결국 저를 웃게 하는 것은 시간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미디엄, R&B(알앤비), 풀 밴드 느낌의 재즈스윙 R&B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도 임창정 하면 떠오르는 음악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1990년대풍 발라드. 도입부에서 낮게 읊조리다가 브리지에서 코드가 바뀌며 선율을 고조시키고, 후렴구에서 고음으로 터지는 패턴이다.

“발라드는 패턴 같은 게 있어요. 요즘은 이런 구성을 많이 탈피하지만, 저까지 그러면 제 또래가 원하는 건 누가 해주나요. 하하.”

특히 절절한 이별 감성 고음은 ‘노래 좀 한다’는 남성 팬들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미 나에게로’, ‘소주 한잔’ 등 그의 노래들은 남자들이 애창하는 노래방 도전곡으로 유명하다. 임창정은 “이번엔 노래 꽤 하는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실패 안 하고 부를 마지노선까지만 고음을 만들었다”고 했다.

임창정은 어느덧 데뷔 30년차다. 1990년 영화 ‘남부군’을 통해 배우로 먼저 데뷔한 그는 1995년 1집 ‘이미 나에게로’를 발표하며 가수로 나섰다. ‘원조 만능엔터테이너’로 통한다.

“제가 요즘 아이돌처럼 기대 심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팬덤도 없잖아요. 운이 많이 따른 거죠. 앨범을 내고서 시의적절하게 음악 예능 지원사격을 받아 역주행하고 상도 받고요. 큰아들 또래도 저를 알아봐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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