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나 교량, 건축물에 이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 치유해서 재난을 미리 방지하고,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이 파손됐을 때 알아서 다시 원상복구된다면 어떨까요? SF(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이제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자율적으로 수명을 제어하는 화학소재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적극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적으로 수명을 제어하는 화학 소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표한 ‘2019년 10대 미래 유망기술’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가치유 화학 신소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가치유(self-healing) 소재란?
지난해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자가치유 신소재. 출처=한국화학연구원 |
자가치유 소재란 말 그대로 스스로 치유하는 소재를 의미하는데요. 인체에 상처가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되듯,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물질에 자가치유 기술을 삽입해 손상되거나 망가져도 스스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고분자 신소재입니다.
자가치유 소재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었는데요, 치유 과정이나 치유 후 발생하는 문제점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점점 더 기술은 고도화되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가치유 고강도 신소재에 대한 연구
자가치유 플라스틱. 출처=whitegroup.beckman.illinois.edu |
2000년대 초반 미국 일리노이대의 베크만 연구소는 개환형 가교 반응을 할 수 있는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dicyclopentadiene)이 함유된 마이크로 캡슐을 개발했는데요, 마이크로 캡슐이 함유된 고분자 매트릭스가 손상되면 내장된 마이크로 캡슐이 깨지면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이 파단면으로 흘러나오게 되고, 가교 반응으로 고체화되어 끊긴 면을 수복하는 자가치유 방식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마이크로 캡슐 기반 자가치유 시스템. 출처=whitegroup.beckman.illinois.edu |
다만 긴 치유 시간과 치유 매체의 제한적인 양, 촉매의 불안정성, 계면 이질성, 그리고 한번 처치된 부분은 다시 치유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자가치유 고분자와 지능형 소재기술의 결합
앞서 소개한 것처럼 2000년대 초반의 자가치유 기술은 반복적인 치유가 어려웠습니다. 절단 및 손실된 부분에 대한 치유, 그리고 손상 및 치유에 대한 감지 필요성 등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능형 소재기술, 즉 ‘형상기억’, ‘자가집합 상분리’, ‘손상감지’ 기술이 병합된 지능형 자가치유 고분자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자가치유 문제점 극복을 위한 지능형 고분자
초분자형 블록 공중합체의 상분리형 자가치유 개념도. 출처=Angew. Chem. Int. Ed., 51, 10561-10565(2012) |
-형상기억 고분자
형상기억 고분자란 변형이나 손상이 발생했을 때 일정 자극을 다시 주게 되면 원래의 형태를 되찾을 수 있는 지능형 고분자로, 이 원리를 이용해 스크래치(생채기)나 찌그러진 자동차 부위가 스스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자가집합 상분리형 고분자
자가치유 고분자는 치유 특성상 고무 물성으로 기계적 강도가 약해 구조 재료로서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뛰어난 기계적 물성으로 반복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열가소성 자가치유 탄성체(thermoplastic self-healing elastomer)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손상감지형 고분자
손상감지형 고분자는 손상 부위와 정도를 감지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치를 스스로 할 수 있는데요. 재료의 수명을 확인하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손상감지 방법으로는 초음파나 압전 재료, 광섬유, 외부 자극에 의해 기계 화학적으로 활성화되는 화학반응 등을 이용한 것 등이 있습니다.
◆자가치유 신소재의 미래
지난 6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손상되거나 완전히 절단되더라도 그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원상복구 하는, 스스로 회복되고 접합되는 자가치유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자가치유 신기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해 도로와 다리, 건축물, 선박, 자동차, 전자·전기제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생활 속 안전을 지켜주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파손이나 손상에 의한 제품의 쓰레기 배출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화학 기술이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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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고는 한화케미칼과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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