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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중국·북한이 바라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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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 '동맹이론의 최고 권위자' 월트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한국이 中과 동맹한다면 中에게 속국 대우 받을 것

文정부, 한미동맹 경시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으리라 믿어

국내 문제가 있더라도 외교 문제는 동맹의 요청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

스티븐 월트(64)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2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고 한·미 동맹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아 우려스럽다"며 "이런 상황은 한·미·일의 위협 세력인 중국과 북한이 바라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동맹 이론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월트 교수는 이날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은 최근 지역 패권국이 되기 위해 아시아에서 한국·일본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며 "중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동맹 문제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티븐 월트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으로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고 한·미 동맹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아 우려스럽다"며 "한국도 국내 문제가 있더라도 외교 문제에선 동맹의 요청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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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계와 외교가의 필독서로 불리는 '동맹의 기원' '이스라엘 로비'를 저술한 월트 교수는 국방대·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으로 지난 25일 방한했다. 월트 교수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언급하며 유난히 중국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에선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를 중국으로의 '급속한 쏠림'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뚜렷하다"고 했다. 월트 교수는 "동맹을 상호 협력 관계로 보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동맹을 주종 또는 갑을 관계로 여긴다"며 "한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다면 중국의 무리한 지시에 시달리며 속국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월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최대 위협으로 보고 동맹 전선(戰線)을 공고히 구축하려는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미·중 사이에서 미국 편에 서길 바란다"며 "한국이 중국에 붙으면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해 힘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 정부의 화웨이 보이콧 정책, 인도·태평양 구상 등 대중(對中) 정책에 한국이 적극 협력해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월트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지정학 가치를 높이 평가해 이를 넘본 소련과 북한의 침략에 맞서 6·25전쟁을 치렀고 지난 70년간 한·미 동맹을 유지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의 가치를 경시한다는 말이 최근 나온다지만 문 정부가 실제 그럴 정도로 멍청(stupid)하진 않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맹은 '공동의 위협'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중국이나 북한을 미국과 달리 위협 세력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한·미 동맹이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월트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만류에도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선 "어느 동맹이나 의견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건 동맹끼리 상대국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자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지미 카터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문제로 주한 미군을 철수하려고 했다가도 '그래선 안 된다'는 한국 정부의 강한 요청에 결국 철수 계획을 철회했다"며 "한국도 국내 문제가 있더라도 외교 문제에 있어선 동맹의 요청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깊은 실망' '우려' 등 최근 미국 정부가 잇따라 공개 표명한 입장을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다.

월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 대통령과 달리 유난히 동맹에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받기)' 원칙을 고수한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의식해 한국·독일·일본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노골적으로 말해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동맹의 적극적인 기여를 바란 건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부터 계속된 것으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방위비 증액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다행인 건 그가 그동안 한 여러 말 가운데 실제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 대다수는 동맹과의 방위비 협상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월트 교수는 "한·미 양국이 지난 70년간 냉전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경제 발전 등 국가적 번영을 공동으로 이뤄냈다는 건 우리의 동맹이 성공적이었다는 증거"라며 "이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은 한·미 동맹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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