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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미국-군대-독립구단 찍고…LG 루키 된 25세 손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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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경험 내야수, 3라운드 뽑혀

“손 벌렸던 부모님께 갚아드릴 것”

중앙일보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손호영. [사진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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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프로 미지명. 대학 중퇴 후 미국행. 부상 후 군 복무. 전역 후 독립야구단 입단.

25세 청년 손호영의 프로필 속 경력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빼곡하다. 거기에 또 한 줄을 채웠다.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LG 트윈스는 3라운드에 전체 23번으로 내야수 손호영을 지명했다. LG 구단 관계자가 “연천 미라클 손호영”이라고 외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신인 대상자는 대부분 유니폼 차림의 고교생들. 대학 졸업 예정자도 더러 있었지만, 복장은 비슷했다. 고교 졸업 예정자보다 7살 많은 손호영은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다.

드래프트 전부터 손호영은 주목받는 선수였다. 독립야구단 미라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달 초 KBO리그 신인 트라이아웃(공개 테스트)에서도 강력한 송구 능력을 보여줬다.

LG가 예상보다 빨리 상위 라운드에 손호영을 지명했다. 손호영은 “높은 순번으로 지명될 거라고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지명을 받아 기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미라클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봤다. 유격수를 맡았던 친구여서 내야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최창환 LG 스카우트는 “송구가 80점은 된다. 다양한 경험이 있고, 군 복무도 마쳤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양 충훈고를 나온 손호영은 홍익대에 진학했다가 중퇴하고, 2014년 4월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유격수를 주로 봤던 그는 미국 진출 2년 만에 투수로 변신했다. 최고 시속 92마일(약 148㎞)의 강속구를 던졌는데, 어느 날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찾아왔다. 3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2017년 3월 국내로 돌아왔다. 손호영은 “(미국에 간 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며 후회했다.

어깨 수술을 받을까 고민했던 손호영은 재활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그는 “군 생활 내내 머릿속엔 야구밖에 없었다”며 “일병 때까지는 혼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배트를 휘둘렀다. 야구선수라는 점을 설명해 방망이를 부대에 들여올 수 있었다”며 웃었다. 상병 때는 야구선수 출신 후임병이 들어와 캐치볼도 했다.

군 복무를 마친 손호영은 고교 시절 은사인 김인식 감독(66·MBC 청룡 출신)이 지휘하는 독립야구단 미라클에 입단했다. 그곳에서 프로팀 2·3군 및 다른 독립야구단과 경기를 했다. 급여는커녕 오히려 회비를 내야 했다. 그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프로 지명을 받은 뒤 부모님과 저녁을 먹었는데 정말 기뻐하셨다. 천천히 갚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손호영은 컵스 마이너리그 시절 SK 하재훈(29), 삼성 이학주(29) 등과 함께 지냈다. 외야수였던 하재훈은 올해 투수로 변신해 구원 1위(26일 현재 31세이브)에 올라있다.

손호영은 “재훈이 형이 ‘열심히 준비하고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해줬다. (같은 내야수인) 학주 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이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LG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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