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차명석 단장의 첫 드래프트, LG 내야 10년 숙원 풀어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LG에 지명된 이민호, 김윤식, 강민, 유영찬, 하영진, 박찬호, 손호영(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올해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794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76명, 기타 선수 8명 등 총 1천78명이다.2019. 8. 26.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뽑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뽑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나. 내부적으로 충분히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고 우리 순서까지 왔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단호했다. 지난 26일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경남고 이주형(18), 3라운드에서 해외파 손호영(25)을 선택한 후 함박웃음을 지었다. 차 단장은 드래프트를 마친 후 “상위 라운드에서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영입했다. 솔직히 사실 이주형은 우리까지 안 올 줄 알았다. 앞에서 제발 뽑지 않기를 기원했는데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오지환 이후 유격수를 대비해야 해서 그동안 이주형을 가장 관심있게 봤다. 이주형을 잡으면 드래프트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고 만족했다.

시카고 컵스에서 마이너리그 생활 후 군복무를 마쳤고 현재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에서 뛰고 있는 손호영을 두고는 “우리팀이 2루수가 좀 약점이다. 그래서 유격수와 2루수를 함께 보는 내야수가 필요하다. 우리 2군이 연찬 미라클과 몇 차례 평가전을 했다. 손호영은 평가전 외에도 훈련 모습을 직접 가서 봤다. 충분히 내야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우리 감독님과 수석코치님이 유격수 출신 아닌가. 이번에 지명한 내야수들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격수는 뽑아 놓으면 어느 포지션이든 갈 수 있다. 내야수는 유격수 위주로 뽑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플랜A는 이주형 유격수, 손호영 2루수다. 하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언제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모르는 게 유망주 육성이다. 이주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야수 최대어로 꼽혔다. LA 다저스도 이주형을 주시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유격수 수비에 물음표가 붙었다. 프로 입단 후에는 외야수로 전향해야 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청소년 국가대표팀서도 외야수 혹은 지명타자 출장이 예상된다. 손호영 또한 다른 해외파에서 비해선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이 미비하다.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유격수 이학주는 마이너리거 시절 특급 유망주로 꼽혔다. 올해 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키움의 지명을 받은 문찬종도 유망주층이 두꺼운 휴스턴 팜에서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았다. 2014년 마이너리그 첫 시즌을 보낸 손호영은 2016년까지 루키리그에만 머물다 귀국했다.

차 단장 또한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플랜 B도 세웠다. 차 단장은 “우리가 기대한 것과 다르게 성장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주형이 2루는 될 것으로 본다. 유격수는 오히려 손호영이 더 맞을 수 있다”며 “둘 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은 선수들 아닌가. 그만큼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우리가 잘 육성하고 지도하면 둘다 1군에서 내야수로 활약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주형의 다저스 계약 가능성에 대해선 “그 부분도 다 고려하고 지명했다. 우리와 계약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내야수 육성은 LG의 아킬레스건이다. 구단 역사를 돌아봐도 특출난 2루수가 없을 뿐더러 오지환 외에는 최근 10년 동안 수준급으로 육성한 내야수가 전무하다. 3루수 또한 올해 김민성을 영입하면서 간신히 적임자를 찾았다. 그동안 강승호, 장준원, 김주성 등 고교 특급 유격수들을 꾸준히 지명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강승호는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보냈고 장준원과 김주성은 군복무 중이다.
스포츠서울

LG 차명석 단장이 26일 2019프로야구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시즌 첫 경기가 열리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3.26.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차 단장은 지난해 10월 부임과 동시에 “내가 단장일 때 우승하지는 못해도 다음 단장님께서 우승하는 팀은 만들어야하지 않겠나. 눈앞의 성과만 맹목적으로 쫓기 보다는 팀이 매년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결국에는 우승까지 하는 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이번 드래프트 후에도 “뽑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뽑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나. 내부적으로 충분히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고 우리 순서까지 왔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이번에 뽑은 선수들이 잘 되면 후임 단장님께서 편하시지 않을까”라며 후회없는 선택과 일찌감치 설계한 마스터플랜을 거침없이 실행할 것을 강조했다.

신인 지명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신인 지명을 토대로 팀을 만든다. 그래서 책임자인 단장의 선택이 구단 운명을 좌우한다. 이번에 LG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몇 년 후 팀의 중심으로 올라선다면 차 단장이 그린 청사진도 고스란히 현실이 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