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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트집잡던 한미훈련 끝났는데도… 김정은, 대놓고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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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형 초대형 방사포 2발 발사… F-35스텔스기 청주기지 겨냥한듯

김정은, 목표 명중하자 웃고 손뼉… 3년前 같은날 SLBM 성공도 언급

北 "핵무기와 제재 해제 안 바꿔" 美와 협상 앞두고 샅바싸움 돌입

북한의 이번 무력 도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한 약속과 배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친서를 받은 사실을 알리며 "한·미 연합 훈련을 종료하면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도 종료하겠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오독(誤讀)했거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다. 전직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향후 대미(對美) 핵 협상에 있어 단거리 미사일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한반도 위기관리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초대형 방사포'는 최고 고도 97㎞, 최고 속도 마하 6.5 이상으로 약 380㎞를 비행했다. 종말 단계에서 '풀업(pull-up·하강 단계서 상승 비행) 기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실제 방사포는 이런 각도로 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비행 및 추력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거리는 400㎞ 이상으로 보이며 탄두 중량을 조절할 경우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 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A 기지인 청주 기지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드 기지 등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시설 모두가 타격권"이라고 했다.

군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 도발을 커다란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사일과 방사포의 경계를 넘나들어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 당국은 북한이 25일 발사체 정체를 공개하기 전까지 이번 도발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방사포에 유도 장치와 GPS를 장착해 미사일과의 구분이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방사포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모델과 유사해 보인다"며 "지난번 발사 때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 이번에 사진을 그대로 공개한 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정은은 발사 현장에서 "3년 전 바로 오늘(8월 24일) 우리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전략잠수함탄도탄 수중 시험 발사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지난 16일 미사일 발사 때 '핵전쟁 억제력을 손에 틀어쥐던 기세'를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정은은 방사포가 목표에 명중하자 활짝 웃으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 아래 북한이 미사일 실험 영역을 점점 넓히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방사포 발사 당일(24일) 개인 명의 논평에서 "우리는 제재 해제에 연연하지 않으며 그런 것과 나라의 전략적 안전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회담 때만 해도 '제재 해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북한이 "제재 해제와 핵무기는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미국의 협상팀이 조(북)·미 쌍방의 안보 현안을 다뤄 각자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준비를 갖춰야 조·미 실무 협상은 개최될 수 있다"고 했다. '대북 제재' 문제 대신 '체제 보장'을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이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때 너무 '제재 해제'에만 집착하다 속내를 들켰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역설적으로 이는 북한이 여전히 '제재 해제'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제재 해제에 관심 없다는 말은 일종의 블러핑(허풍)"이라며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요구 사항을 늘리며 미국과의 '샅바 싸움'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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