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보공유 차원 넘어서 안보협력 상징
한·미·일 모두 타격…북·중·러만 이득 전망
'벼랑 끝 전술'… 美 설득 가능여부가 관건
지난 2016년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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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반도의 대비태세와 안보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북한 미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얻느냐 못얻느냐를 떠나서, 유사시를 대비한 한ㆍ미ㆍ일 3각 안보협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GSOMIA 종료와 관계없이 한반도의 대비태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일이 관련 정보를 제공해 공유하는 이전의 형태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올해 북한이 여덟번의 발사체를 발사하는 동안 한국과 일본이 일곱 차례 정보를 공유한 만큼 안보에 전혀 영향이 없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거나 지구 곡률(曲率)로 한국 군의 정보가 제한되는 경우에는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GSOMIA가 단순히 한일간 정보공유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의 상징으로 역할을 해온 만큼 앞으로 한반도에 끼치는 악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라는 전통적인 대결구도가 최근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한국 스스로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주일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은 "이번 GSOMIA 종료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이 모두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GSOMIA 파기를 주장해온 북한과 나아가 반미 연대를 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안팎에서도 "리스크가 너무 큰 벼랑 끝 전술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인도ㆍ태평양 안보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GSOMIA가 큰 실익이 없더라도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보면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의 균열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GSOMIA를 파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해 한미동맹의 균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근거 없이 한국의 안보불안을 이유로 무역보복을 한 것은 물론, 물밑 대화도 거부하는 상황을 부각하며 책임을 일본에 넘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GSOMIA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을 묶어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체결된 것이지 사실 실익은 거의 없었다"며 "미국만 잘 설득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GSOMIA가 북한 핵ㆍ미사일에 대비하자는 명목으로 체결된 만큼 이번 결정이 조만간 진행될 북ㆍ미 실무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강조할 필요도 있다. 문 국장은 "GSOMIA 종료가 비핵화 협상을 가장 빨리 진행시킬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미국에 설명해야 한다"며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파견 등 한미동맹 강화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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