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장자연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언론사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결정적 증거로 여겨졌던 배우 윤지오씨의 증언이 법원에서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검찰은 장씨 사망 후 10년이 지나서야 13개월간 진행된 재조사에조차 제대로 된 혐의 하나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윤씨 증언 신빙성 있다”며 기존 판단 뒤집고 조씨 기소… 법원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조모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윤지오씨의 진술이 바뀌는 등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며 “윤지오씨의 진술만으론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만큼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조씨는 2008년 8월5일 장씨 소속사 대표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9년 3월 장씨가 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사망한 이후 수사가 이뤄졌지만, 성범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를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만 기소하고 성상납 의혹 관련 연루자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파티에 동석했던 윤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당시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은 “윤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진술을 믿을 만한 추가 정황이 확인됐다”며 과거 판단을 뒤집고 조씨를 기소했다.
당시 조씨는 여전히 추행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호소했으며 최후진술에서 “윤지오의 거짓말과 검찰의 무책임한 기소 때문에 저와 가족의 인생이 비참하게 망가졌다”며 “목숨을 걸고 추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이 재판에서도 두 차례 법정에 나와 당시 추행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배우 윤지오.연합뉴스 |
◆윤지오, 후원자들로부터 후원금 반환 소송 당해
한편 윤씨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 때문에 지난 6월10일 윤씨에게 돈을 보냈던 후원자들이 윤씨를 상대로 후원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장자연 리스트’의 주요 증언자라고 나선 윤씨는 당시 신변을 보호하고, 증언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만든다며 적지 않은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자서전 출간을 도운 김수민 작가는 윤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박훈 변호사도 윤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윤씨는 김씨를 맹비난하며 지난 4월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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