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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S·DLF 원금 손실 위험상황서도 판매…4558억 날릴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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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원금 8224억 중 55%

판매잔액 중 개인투자 89%

우리은행, 독일국채 연계금리

마이너스 구간 오갈 때도 계속 팔아

현행 금리 유지땐 원금 95% 손실

금감원 “개발·판매 과정 검사할 것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 선진국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이에 연동된 국내 파생결합펀드(DLF)와 증권(DLS)이 투자 원금의 55.4%(4558억원)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독일국채 금리가 -0.2% 밑으로 떨어지면 대체로 원금손실이 시작되는데도 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을 오가던 위험 시기에 투자상품 판매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런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에 대한 검사에 나선다.

한겨레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요 선진국 금리 연계 디엘에프·디엘에스 실태 조사를 보면, 판매잔액(투자 원금)은 8224억원으로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돈이 7326억원(89.1%)에 이른다. 디엘에프와 디엘에스는 금리나 환율, 실물자산 등의 가격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투자상품이다. 증권사에서는 직접 사모 디엘에스를 팔고, 은행에서는 디엘에스를 담은 사모펀드 형태인 디엘에프로 팔았다. 은행에서 사모펀드로 팔린 규모가 전체의 99.1%(8150억원)로 대부분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상품은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디엘에스와 이를 편입한 펀드다. 금리가 처음 약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 연 3~4% 안팎의 수익을 내지만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 폭에 따라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우리은행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각각 4012억원, 3876억원씩 팔아 전체 판매액의 95.9%를 차지했다.

다음달 19일부터 만기가 시작되는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 상품은 1255억원 판매잔액 전부가 이미 손실구간에 들어갔고, 이 손실이 확정될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한 상품은 가입 6개월 뒤 만기일 금리가 ?0.25% 이상인 경우 원금 전액과 2% 금리(연 4%)를 보장하지만 만기일 금리가 ?0.25%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손실이 시작되도록 설계됐다. 금리가 0.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원금 25%를 잃어 금리가 -0.65%에 이르면 원금을 모두 날리는데, 지난 16일 금리는 -0.69%였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펀드들은 최근 금리수준(7일 기준 -0.58%)에서 다음달 만기를 맞을 경우 원금 손실률이 평균 95.1%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이런 상품들을 지난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판매했다. 3월 초에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미 0~0.1%대에서 맴돌았고 같은달 중순 이후 마이너스 금리구간으로 내려온 점을 고려하면, 위험관리를 근본적으로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감원은 이달 중 검사에 나가 판매에 주도권을 쥔 은행이 상품 설계 단계부터 개입해 이른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를 만들어 판 건 아닌지도 주요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이럴 경우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수수료 책정도 공모보다 자유로워서 일선 은행 피비(PB)센터 등이 철저한 리스크 분석 없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쪽에 상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엘에스를 발행한 하나금융투자, 아이비케이(IBK)투자·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 증권사는 물론 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들도 검사 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로 접수된 분쟁조정 민원도 조사를 진행한다. 지난 16일 기준 분쟁조정 신청 건은 29건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도 확인되면 손해배상 등을 위한 분쟁조정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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