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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단독 인터뷰] 남윤국 변호사 "고유정이라도... 공정한 재판 받게 하는 게 저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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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비난 시달린 ‘고유정 변호사’ 단독 인터뷰
"고유정, 건강 문제없고 구치소서 식사도 잘 하는 편"
"이 사건엔 안타까운 진실 있다...그걸 밝히는 게 내 일"
"변태 말한 것 아니라 ‘그날의 성폭행’ 시도를 말한 것"

조선일보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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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 변호를 맡은 남윤국(42·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는 "고유정 변호는 끝까지 할 것"이라며 "고유정 사건에는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 그걸 재판에서 밝히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 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고유정에 대한 첫 재판 이후 비난을 한몸에 받은 인물이다.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고유정을 왜 변호하느냐"는 여론과 변론 과정에서 "피해자의 변태 성욕 성향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타깃이 됐다.

그는 재판 이튿날(13일) 자신의 블로그에 ‘형사사건 변호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변호사로서 사명을 다해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성실히 제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하루만에 무려 3400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방문자도 평소 800여명에서 8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날 함께 변호하려고 했던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결국 재판을 포기했다. 이제 남은 변호사는 남 변호사와 김모 변호사, 두명 뿐. 앞서 A 변호사를 포함해 5명의 변호사가 선임됐지만 모두 그만뒀다.

14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논란의 중심에 선 남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누구나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며 "고유정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저의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고유정은 유명인이나 연예인도 아니고, 언론에 입장을 표명할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다음은 남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ㅡ재판 이후 고유정은 어떻게 지내는가.
"식사는 하고 있다. (머리채를 잡혀) 다친 부분은 있겠지만 건강 상 문제가 크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유정을 접견하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고유정이 (재판 이후) 따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없다. 평소 변호인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답변하는 정도다. 재판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 고유정이 재판에서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 하지만,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벌을 받지 않도록 성실하게 임하겠다. 사실 고유정이 유명인이나 연예인도 아니고, 언론에 입장을 표명할 것도 아니지 않는가."

ㅡ지난 재판에서 숨진 전 남편의 변태 성욕 성향이 있었다는 주장을 했다. 또 이것이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말했다. 이 부분이 여론을 자극한 것 같다.
"일각에서는 ‘변태’ 성욕이라고 하는데 저는 법정에서 변태적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 부부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을 말했다. 단지 그날 펜션에서는 성폭행 시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하려다 보니까 범행이 발생했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추후 변론에서 자세히 소명하겠다. 저희가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제가 입증하고 소명하겠다. 그걸 검찰에서 반박할 수 있으면 반박하시면 된다."

ㅡ검찰은 고유정이 ‘니코틴 치사량’, ‘뼈의 무게’ 등을 검색한 점을 들어 계획적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면 그 부분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키워드 부분은 고민하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재판이지, 재판 밖에서 싸우는 것은 변호사의 본분이 아니다. 사건에 집중해서 재판부를 설득하고 고유정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한다."

ㅡ검찰 공소장을 보면 고유정은 전 남편을 ‘XX놈’ ‘XX 쓰레기’라고 욕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이 강한 것으로 나온다. 불리한 정황 아닌가.
"이혼한 부부는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혼하며 소송에서 싸우는 과정에서, 조정으로 끝나긴 했지만 좋은 감정으로 끝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ㅡA 변호사가 결국 변호를 포기했다. 가족도 힘들었다고 한다. 고유정의 변호를 계속 맡을 계획인가.
"그렇다. (고유정) 가족들이 (지인) 소개를 받고 저를 찾아오셔서 고유정의 변호를 준비하게 됐다. 고유정과 관련된 안타까운 진실을 밝히는 게 이번 재판에서 제가 할 일이다."

ㅡ블로그에 올린 글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왜 글을 올렸나.
"저도 다른 의뢰인이 있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기자 등이) 자꾸 연락이 와서 일을 하기 어려운 정도다. 다른 의뢰인도 저를 믿고 일을 줬는데, 제가 일을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저는 연예인도 아니고 그냥 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자꾸 연락 주시면 제가 어떻게 (사건을) 준비하겠습니까."

조선일보

남윤국 변호사 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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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변호사는 지난 13일 블로그에 올린 입장문에서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변호인으로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형사 사건에 관해 많은 국민적 관심과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언론에서 지금까지 보도된 바와 달리 그 사건에는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면서 "만일 이런 제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예를 들면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나 시도가 있다면 법률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ㅡ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가. 그만두라고 하는 분들은 없는가.
"걱정하겠지만, 사실 저에 대해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전화해서는 아무 말 없이 ‘뚝-’ 끊어버리는 분도 있다. 제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누구나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더구나 고유정 사건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필요적 변호’에 의한 사건이다. (흉악범을 변호하는) 국선변호인들은 가만히 놔두고 (왜 저한테만) 그러는지… 오히려 이건 국선변호인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재판이 이제 시작 됐으니 모든 피고인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재판 결론 나오고 그에 대해 의견을 내면 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제가 일을 할 수가 없다.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

[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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