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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S 사태, "비(非)이자 이익 확대" 은행 욕심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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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높고 만기 짧아 비이자이익 확대에 제격
실적 경쟁 부추기는 KPI 제도 손질 필요성 커져

개인 투자자가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배경엔 비이자이익을 무리하게 늘리려는 시중은행의 욕심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DLS는 다른 금융상품보다 수수료율이 높고 만기가 짧아서 금융회사는 고액의 수수료를 여러 번 받을 수 있다.

이번 DLS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핵심성과지표(KPI)’에 개입할 명분이 생겼다. 그동안 ‘민간 회사의 KPI까지 당국이 들여다보는 것은 도를 넘은 관치’라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KPI가 수익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소비자 보호를 저해한다’는 게 확인되면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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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중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비이자이익을 무리하게 늘리려는 시중은행의 욕심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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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금리연계형 DLS 상품 선취 수수료는 각각 1%, 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가입 금액인 1억원만 투자한다 해도 100만~150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DLS와 상품 구조가 비슷한 지수연계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수료는 높아봐야 1%"라며 "보장 수익률이 연 4~5%대에 불과한데 1.5% 수수료율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금리연계형 DLS 상품의 경우 만기가 4~6개월에 불과해 은행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유리하다. 예를 들어 만기가 4개월인 상품은 1년간 같은 상품을 세 번 판매하는 것과 같다. 만기가 도래하면 해당 상품에 들어있던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비슷한 상품에 다시 넣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KPI를 통해 개인 성과를 빡빡하게 관리하는 은행 영업문화에서는 DLS를 공격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축소돼 이자이익 증가세가 예전같지 않다"며 "수익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 내부 성과 지표인 KPI에서 비이자이익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영업 현장에선 DLS 같은 고수수료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은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5000억원) 늘었다. 이자이익(20조6000억원) 증가폭 4.8%와 비교하면 3.6배 높은 수준이다. 우리은행만 봐도 올해 상반기에 606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벌었고, 특히 DLS 상품 판매가 집중된 2분기 비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25.3% 증가한 337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2분기에 수수료로만 2429억원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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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의 KPI제도가 과당 경쟁을 유발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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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LS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의 KPI를 개선해야 한다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주문도 힘을 얻게 됐다. 윤 원장은 여러 차례 KPI 제도가 은행 간 과당경쟁을 일으킬 수 있고, 금융 소비자 보호를 저해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초 간담회에서는 "금융사에 KPI를 고려해 상품을 판매한 경험을 묻자 ‘예’라고 답한 비율이 87%나 된다"며 "(무리한 KPI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금융당국은 민간 회사에 대한 경영 간섭이라는 지적 때문에 은행들의 KPI를 통제하거나 조율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현행 KPI를 그대로 둔다면, 아무리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소비자 보호를 요구해도 (실적을 내야 성과가 책정되기 때문에) 감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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