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관계자 "지소미아에 부정적인 국민정서, 호르무즈 파병은 검토중이란 뜻 美에 전했다"
"중거리 마시일 배치 문제는 거론 안 돼"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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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9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Mark Esper) 미국 국방장관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등 한미동맹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한·미·일 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호르무즈 해협 선박 보호를 위해 한국군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GSOMIA 연장에 부정적인 일부 국내 여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관심을 모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측에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고,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회담 후 "두 장관이 최근 한반도 및 역내 안보상황 평가를 통해 인식을 공유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양국의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한반도 주변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 올해 말 개최 예정인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미래 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결과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며 "전작권 전환이 연합군사령부와 한미동맹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날 회담은 2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회담 참석자들은 '도시락 오찬'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과 관련해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지가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3~24일 방한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측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에스퍼 장관 방한 직전인 지난 7일(현지시각) "한국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방위비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했다"면서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이제 한국이 미국에 의해 제공된 국방에 기여할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선 다음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에 50억달러(한화 약 6조원) 수준의 분담금 부담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분담금 1조389억원의 6배에 이르는 액수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정 장관을 만나기 전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 주무 부처인 외교부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했다. 그러나 강 장관과 에스퍼 장관 회동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갖는 민감성을 의식한 듯 비공개로 진행됐다. 국방부도 회담 의제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공식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는 외교부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자는 "에스퍼 장관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만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방위비 인상 문제를 거론하고 볼턴 보좌관이 지난달 방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의지를 한국 당국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스퍼 장관도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외부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양측이 합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국방장관 회담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유지에 대한 국민 정서가 일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국내 분위기를 미 측에 전달했고, 지소미아의 효용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연장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검토중"이라고 했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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