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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 (목)

[SW인터뷰] “나는 빵점”이라는 임찬규, 그의 슬기로운 LG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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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LG 투수 임찬규(27)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팀을 돕고 있다.

임찬규는 기록만으론 전부 설명할 수 없는 선수다. 그는 6일까지 23경기 55⅓이닝에 출전해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72를 만들었다. 부진한 성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달랐다.

선발투수로 출발한 그는 시즌 초반 발가락 부상으로 48일간 자리를 비웠다. 지난 6월 1일 복귀 후에는 전천후 구원투수로 역할이 바뀌었다. 필승조에 투입됐다가 롱릴리프로 변신하기도 하고,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 대체선발로 빈자리를 채웠다. 팀이 필요로할 때면 언제든 군말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28일 KT전에서 24개, 1일 키움전에서 40개의 공을 던진 뒤 3일 삼성전에도 출격했다. 선발 타일러 윌슨이 부상으로 갑작스레 강판되자 몸 풀 새도 없이 등판해 투구 수 83개를 기록했다. 윌슨이 등의 담 증세로 지난 4일 엔트리에서 말소되자 다시 대체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헌신은 계속된다. 임찬규는 특유의 낙천적 성격으로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고, 팀의 ‘멘탈 선생님’으로 자리 잡았다. 신인이나 이적생 등 새 동료가 팀에 합류하면 잘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투수, 타자할 것 없이 많은 선수들이 그를 따랐다. 이에 LG 선수들에게 최근 고민이 무엇인지 묻고 임찬규에게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임찬규와의 일문일답.



-이미 잘하고 있지만 후반기에 더 잘하면 좋겠다. 임찬규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은?(유강남)

안 아파야죠. 아프면 끝이에요. 야구 잘하는 선수들은 너무 많으니 저는 우선 건강하고 싶어요. 그래야 경기에 나가서 던질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 질문 누가 했어요? 아~유강남. 어쩐지 질문의 요점이 잘못됐어. 이상하더라. 아, 장난이에요.

-파이팅에 왜 기복이 있니? 의기소침하지 말고 계속 파이팅 외쳐줬으면 해.(김용의)

제가 계속 파이팅을 외쳐주긴 하는데. 사실 솔직히 얘기하면 저보다 어린 동생들 있잖아요. 실명 거론하면 (신)민재, (구)본혁이 이 친구들은 말을 아주 일절 안 해요. 저는 파이팅 외치다가 좀 더워서 한 이닝 쉬면 ‘찬규야 너 왜 이렇게 의기소침하냐’는 말이 나와요. 이거는 질문이 좀 잘못됐어요. 아 (김)용의 형이 얘기한 거예요? 그럼 선배님 말이 맞죠. 의기소침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이거 고민 상담소 맞아요?

-키가 더 크고 싶은데 성장이 멈춘 것 같아요. 어떡하죠?(고우석. 고우석은 고민이 생기기도 전에 항상 찬규 형이 먼저 해결해준다고 자랑했다. 그는 키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187㎝까지는 자랄 줄 알았는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장이 서서히 멈췄다고 털어놨다. 고우석의 신장은 182㎝.)

이거 고우석인가? 신민재? 아 우석이구나. 우석이는 일단 볼이 가장 빨라요 그럼 된 거예요. 성장은 어차피 멈췄어요. 우석이가 우리 팀에서 제일 잘생겼잖아요. 야구하는 거 봤을 때요. 그리고 우석아 너는 등판할 때 사이렌 터지잖아. 나는 사이렌 안 나와. 키 작아도 야구 제일 잘하면 되지. 이건 걱정할 필요도 없다. 너 앞으로도 잘해서 20년 동안 마무리투수 해야 하는데 키 걱정하고 있을 때야? 시속 160㎞ 던져야지. 끝!

-나는 너를 트레이드 혹은 방출시키고 싶다.(차명석 LG 단장. 차 단장은 임찬규가 항상 본인에게 연락해 고민을 털어놓는다며 고맙고, 올 시즌 잘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단장님. 아…. 근데 항상 말은 이렇게 하세요. 트레이드 마감일(7월31일)에도 ‘아직 한 시간 남았다. 긴장 풀지 마라’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결국 다 사랑 아니겠습니까. 저도 단장님께 얘기해요. 나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라고요. 근데 방출은 뺐으면 좋겠어요. 방출은…안 시키실 거면서!

-차 단장에게 한 마디

항상 쓴소리 또 쓴소리 해주시는데 좋은 소리도 가끔 해주셨으면 해요. (정)우영이나 (고)우석이 만날 때랑 저 볼 때랑 애정이 달라요. 우석이한테는 ‘아픈 데 없어?’ 하시고 저한테는 ‘야 넌 빨리 지나가. 우석이 볼 느려지니까 같이 다니지 마’라고 하시거든요. 근데 단장님도 볼은 저랑 비슷한 거 같고요. 단장님보다 구속은 제가 좀 더 빠른 듯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야구 잘하겠습니다. 스트라이크 많이 던지겠습니다.

어디서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임찬규는 스스로에게 0점을 줬다. 그는 “솔직히 팀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런데 등판 결과가 항상 아쉬웠다”며 “나갈 때마다 잘했으면 팀에 도움이 됐을 텐데 매번 못했다. 정말 단 한 번도 잘하질 못하더라. 감독님, 코치님한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돌아봤다.

임찬규는 “동료들이 다 잘해주고 있다. 나만 잘하면 가을야구는 문제없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LG 7일 현재 4위). 이어 “이제 정규시즌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선수들 모두 힘을 좀 더 냈으면 한다”며 “팬들과 함께 한국시리즈도 가고, 우승도 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eong@sportsworldi.com 영상=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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