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이날 오후 4시(홍콩 현지 시각) 백색테러 사건 현장인 북서부 신계 지역의 위안랑 전철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3시 30분 전부터 이미 수백명이 넘는 시위대가 위안랑역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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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홍콩 북서부 신계 지역의 위안랑 전철역 인근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백색테러’에 대한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SCM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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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검은 옷을 입고 우산, 장대 등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위안랑역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검은 경찰, 부끄럽다!"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이 지역 전철과 버스는 우회로를 통해 운행하거나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일부 시위대는 위안랑 경찰서 앞에서 "시민이 폭행을 당할 때 경찰은 어디 있었나"라고 외치며 경찰관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시위대 중에는 한쪽 팔에 붉은 천을 두르고 안전모나 철모,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의 청년들도 여럿 보였다. 이들은 시위대 보호를 자처하고 있다. 청년 단체 ‘홍콩 연대’는 "시위 도중 발생할 수 있는 폭력 사태를 대비해 시위대를 보호하고자 한다"며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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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홍콩 북서부 신계 지역의 위안랑 전철역 인근에서 ‘백색테러’ 규탄 시위가 시작된 가운데 시위에 참석한 한 청년이 팔에 붉은 두건을 두르고 있다. /SCM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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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시위대가 모여있던 위안랑역 인근에서 흉기 공격 사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시민들이 시위 장소로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위안랑 근처의 ‘존 레넌 벽’ 인근에서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을 흉기로 찔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피해 남성의 복부에서 피가 흘렀고, 구급대원들에 의해 옮겨졌다. 용의자는 다른 시민들에 의해 제압당했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경찰은 (사건 발생 지점에서) 2분 거리에 있었지만 사건 발생 이후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1일 밤 10시 45분쯤 위안랑 지하철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상대로 벌어진 ‘백색테러’에 대한 규탄 시위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손에 든 흰색 셔츠, 마스크 차림의 건장한 남성 수십명이 검은옷을 입은 송환법 시위 참여자들을 무차별 폭행했다. 수많은 시민, 기자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부상자 중에는 만삭의 임산부도 있었다. 이들의 배후에 경찰과 친중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며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세 차례나 이번 시위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시민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지역 경찰은 헬멧과 방패, 곤봉 등으로 무장한 채 위안랑역 내부와 현장 일대에서 시위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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